여행8 21호_무력함과 겸손 그 사이 / 바투 무력함과 겸손 그 사이 에디터 / 바투 대구 출발 대전행 오후 4:57 열차를 타면, 저무는 해에 눈이 좀 부시긴 하지만 꽤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하던 일을 손에서 놓고 하염없이 창문을 바라보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기차다. 눈이 부신 것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는 커튼을 치겠지만,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를 보다보면 나는 참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구나, 지구라는 곳은 참 신기할 정도로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겸손해진다. 이건 누구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그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아름다움이구나.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코랄 핑크’와 같은 색이 아닌 빨강과 주황, 분홍색 그 사이 어딘가의 참 묘하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하는 색에 .. 2024. 2. 27. 11호_여행의 조건_웹진 ver. 2021. 12. 8. 11호_혼자 여행하는 사람입니다만 / 온기 혼자 여행하는 사람입니다만? 에디터 / 온기 “One person?” “..그럼 혼자 오신 거에요?” “혼자 오신 것 같은 데 저희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지에서 어딜 가나 이런 질문을 한번 씩은 꼭 받았다. 여기서 여행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에서 패널으로 활약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참.. 개인을 무시해요..” 미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그 말이 계속해서 귓전을 울렸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울림을 주었다. 나는 혼자 무언가를 몰두할 수 있는 시간도 간절히 필요하다. 그런데 왜 이 귀한 온전한 나의 시간에 나는 당신들이 속으로 무시해도 좋을 외톨이가 아님을 증명해야하는 걸까? 지난 호.. 2021. 12. 7. 11호_스쳐가는 곳 2 / 연푸른 스쳐가는 곳 2 에디터 / 연푸른 “야 마셔, 마셔.” “여기 진짜 얼마만이냐?” “짠해 짠!” “야, 기다려봐. 부메랑 찍자.” “어우, 언제적 부메랑이냐.” “나둬~ 감성팔이 하겠다잖아~” 언제나처럼, 오늘도 영상을 찍자고 제안하는 사람은 역시 B였다. 잔을 모았다 빼기만 하면 자동으로 그 장면을 반복해 건배를 만들어주는 게 부메랑의 핵심이었지만, B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잔이 부딪치는 타이밍에 맞춰 촬영 버튼을 눌렀다. 덕분에 스토리 속 맥주잔들은 제작기 다른 타이밍에 아무렇게나 움직였고,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부딪혀 애써 거품 파도를 만들어 냈다. 아이, 박자 좀 제대로 맞춰보지. 그 지저분한 움직임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B는 다른 두 친구를 태그하고는 그냥 그대로 스토리를 올려.. 2021. 12. 6. 11호_스쳐가는 곳1 / 연푸른 스쳐가는 곳 1 에디터 / 연푸른 *스쳐가는 곳은 1,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2부는 내일 (12월 5일 일요일) 8시에 업로드됩니다. 아직 거품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맥주잔 세 개가 공중에서 부딪혔다. 갑작스러운 방해에 신경질적으로 몸을 들썩인 하얀 거품은 투명한 유리잔 안쪽에 파도 자국을 남기고는 이내 제자리를 찾아 낮아졌다. 미련 없이 멀어지던 맥주잔이 버벅거리더니, 갑작스레 되돌아와 부딪히고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되풀이되는 맥주잔 옆으로 타자를 친 듯 글자 몇 개가 - “@KK.Min98 @IAM100 백만 년 만에 동기들이랑” – 떠오르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사진은 왼쪽으로 넘어가 휴대폰 모서리로 모습을 숨겼다. A는 아슬아슬하게 모서리에 걸쳐진 스토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잡아 붙들었다... 2021. 12. 4. 11호_여행은 일상의 파괴이다 / 망 여행은 일상의 파괴이다 에디터 / 망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나 여행이라는 것은 분명 일상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도피처로 휴양지를 선택하거나, 일상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알기 위해 모험을 떠나거나,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거나, 일상에서 커다란 이벤트가 하나 끝나고 마음을 잠시 다독이며 정리하기 위해 떠나거나. 평범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시적일 뿐이다. 이상이라 할지라도 그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일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단 꿈처럼 짧은 것이라 우리는 여행으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평온함이나 즐거움이 질리기 전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일상은 다시 지루함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여행으로 인해 정돈된 마음이 다시 .. 2021. 12. 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