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8 24호_끝나지 않는 가려움 / 래곤 대주제 : 회복글 종류 : 수필제목 : 끝나지 않는 가려움 Ch0. 끝나지 않는 가려움늦은 밤이고, 방 안은 서늘하다. 나는 저린 팔을 때리며 잠을 청하려고 노력한다. 팔로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지는 저릿한 오싹함에 수 차례 긁고, 때리고 발버둥치지만, 피가 맺히도록 긁어도 기분이 나쁜 것은 매한가지다. 결국 잠을 포기하고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대어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다. 증상의 원인은 이미 알고 있다. 공허함이다. 사실 원인을 알고 있어도 주변에 털어놓을 수는 없다. 나는 소위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좋은 사람은 사람이 좋다는 것일까? 나는 집안이 좋은 사람이고, 학벌이 좋은 사람이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재력가 입장에서는 난 불우이웃이고, 저학력.. 2024. 8. 28. 14호_사람 옆에 사람이, 인간관계 / 편집장의 인사 사람 옆에 사람이, 인간관계 편집장 / 연푸른 3월이다. 여전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새학기가 시작된 캠퍼스를 지켜볼 수 있었다. 방학 동안 비어있던 강의실 복도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고, 막 배송되어 아직 때묻지 않은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무리 지어 식당 한 켠을 지나간다. 강의실에선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찡긋 눈인사를 보내고, 조별과제를 위해 만들어진 단톡방에서는 ‘안녕하세요. 저는 00과 000입니다. 잘 부탁드려요.’같은 판에 박힌 인사가 오간다. 나의 첫 기억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늘 학교나 유치원에 속해 있었고, 그 곳의 3월은 늘 이렇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뜻했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난 사람들에겐 더 이상 3월이 이런 집단적 관계 맺기를 의미하지 않을 수.. 2022. 3. 31. 12호_일상을 이야기로, 기념_웹진 ver. 2022. 1. 2. 11호_여행의 조건_웹진 ver. 2021. 12. 8. 11호_혼자 여행하는 사람입니다만 / 온기 혼자 여행하는 사람입니다만? 에디터 / 온기 “One person?” “..그럼 혼자 오신 거에요?” “혼자 오신 것 같은 데 저희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지에서 어딜 가나 이런 질문을 한번 씩은 꼭 받았다. 여기서 여행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에서 패널으로 활약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참.. 개인을 무시해요..” 미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그 말이 계속해서 귓전을 울렸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울림을 주었다. 나는 혼자 무언가를 몰두할 수 있는 시간도 간절히 필요하다. 그런데 왜 이 귀한 온전한 나의 시간에 나는 당신들이 속으로 무시해도 좋을 외톨이가 아님을 증명해야하는 걸까? 지난 호.. 2021. 12. 7. 11호_여행은 일상의 파괴이다 / 망 여행은 일상의 파괴이다 에디터 / 망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나 여행이라는 것은 분명 일상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도피처로 휴양지를 선택하거나, 일상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알기 위해 모험을 떠나거나,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거나, 일상에서 커다란 이벤트가 하나 끝나고 마음을 잠시 다독이며 정리하기 위해 떠나거나. 평범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시적일 뿐이다. 이상이라 할지라도 그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일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단 꿈처럼 짧은 것이라 우리는 여행으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평온함이나 즐거움이 질리기 전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일상은 다시 지루함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여행으로 인해 정돈된 마음이 다시 .. 2021. 12. 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