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8 4호_기억의 그물 / 온기 기억의 그물 에디터 / 온기 4호의 주제로 기억이라는 주제가 선정되면서 가장 먼저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초안 작성일이 한참이 지나고서도 완성된 글을 내보이지 못했다. 내 글이 너무 깊은 사색에 빠지지는 않을까,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기억이란 온전히 내 것.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음악을 통해, 영화를 통해 느낀 것들까지도 결국은 내 안에서 피어난 것들이다. 그렇다. 기억이라는 주제가 선정됨과 동시에, 원래 감상에 자주 빠지는 내가 쓰는 글에 멜랑꼴리하고 센치한 것들이 체현되어 담기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나의 것을 담기로 했다. 어쩌면 하고 싶었을 이야기들을 짜임새 없이 그냥 담아내보았다. 개.. 2021. 4. 29. 3호_ 운명으로 만들기 / 연푸른 운명으로 만들기 에디터 / 연푸른 브레이브걸스가 인기다. 2017년에 발표된 곡 ‘롤린(Rollin)’은 4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2021년 3월에 히트곡이 되었고, 브레이브걸스는 2021년 3월 14일, 데뷔 후 거의 10년만에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게 되었다. 1위로 호명된 이후. 네 명의 멤버가 하나같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커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데, 그 시선에 괜히 나도 울컥. 눈가가 붉어졌다. 역주행 직전, 브레이브걸스는 이미 잠정적 해체 상태였다고 한다. 숙소에서 짐을 빼고, 각자 새로운 살길을 찾고 있었던 시점. 이제는 끝을 내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바로 다음날 올라온 영상 하나에, 해체 직전의 걸그룹은 노력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민속촌의 흙 바닥에서 혼자 춤을.. 2021. 4. 2. 3호_어쩜 이렇게 타이밍 잘 맞는 주제인가요 / 망 어쩜 이렇게 타이밍 잘 맞는 주제인가요 에디터 / 망 타이밍이라는 다른 표현은 운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운이라면, 또한 내 인생에서 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화제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늘 운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지금의 주제는 타이밍이니, 운을 대체하여 타이밍이라는 표현으로 차용해본다. 성적을 잘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대학에 들어가는 것, 대학에 들어가 취직을 하는 데에 까지 타이밍이 작용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열한 요소들은 전부 상대 평가의 영향을 받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공부한 문제가 나와 시험에서 다른 친구와의 성적을 가를 만한 시점에 우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내가 하필 대학에 입시 원서를 넣을 때에 나보다 더 우수하여 날 경쟁에서 밀어낼 .. 2021. 4. 1. 3호_타이밍, 탓을 해도 되지 않을까 / 바투 타이밍, 탓을 해도 되지 않을까 에디터 / 바투 어느 날 제보가 들어왔다. 우리 반 학생 한 명이 다른 반 친구들과 학교 근처 편의점 뒤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그럴 만한’ 아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이에 관해 3년간 쌓인 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그 아이는 쉽게 그러지 못할 아이였기에, 굉장히 의아한 마음을 가지고 학교로 불러서 상담을 했다. 웬걸, 자기가 맞단다. 그런데 오늘이 태어나서 처음이란다. 불과 어제, 원래 친하게 지내던 무리의 친구들과 약간의 다툼이 있었고, 아무래도 학교에서 아무렇지 않게 가까이 지내기 어려웠기에 오늘 우연히 다른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하교하게 되었고, 하필 그 아이들은 원래 담배를 즐겨 피던 아이들이었기에 늘 그랬듯 편의점 뒷골목에서 담배.. 2021. 3. 31. 2호_내 인생의 커피 / 연푸른 내 인생의 커피 에디터 / 연푸른 나는 커피를 많이 먹는 편도, 못 먹는 편도 아니다. 특별한 일 없는 평범한 날에는 하루에 한 잔의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시험 기간이거나 그에 준하는 사정이 있을 때는 한두 잔 정도를 마시는데, 밤을 새우고자 마음먹은 저녁 열한 시 즈음이나 ‘오늘 수업은 절대 졸지 않겠다’라는 기특한 다짐을 하는 아침이 그런 때이다. 종종 커피를 마시지만, 원두나 로스팅을 가릴 정도로 세심한 취향을 가지지 못한 나는, 마신 커피를 일일이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연례행사에 가까운 특별한 일인 것도 아니고, 유달리 향이나 맛이 좋은 커피를 구별하지도 못하니까. 커피는 그냥 커피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커피 몇 잔이 있다. 여기서는 그렇게 내게.. 2021. 2. 23. 2호_카페인의 약속_편집장의 인사 _카페인의 약속에디터 / 편집장 연푸른 1호 주제가 이었는데, 2호 주제는 이다. 어느새 ‘카페인’ 없이는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에디터들이, 하필이면 마감이 끝난 당일 저녁에 주제를 선정해서 생긴 일이다. 다들 피곤해보이긴 했지만. 이 잡지, 이렇게 현실적이어도 괜찮을까. 우리는 왜 카페인을 먹을까? 가장 보편적인 이유는 잠을 쫓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카페인에는 졸음을 깨우고 피로에서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으니까. 게다가 뇌의 작용을 도와주기도 한다. 인터넷 바다의 어디선가에서 흘러온 정보에 의하면, 카페인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여 몸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다시 뇌에 산소공급을 촉진하고 머리가 빨리 돌아가게 만든다. 아직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닌 듯하지만, 적절한 양의 .. 2021. 2. 22.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