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이렇게 타이밍 잘 맞는 주제인가요
에디터 / 망
타이밍이라는 다른 표현은 운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운이라면, 또한 내 인생에서 논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화제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늘 운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지금의 주제는 타이밍이니, 운을 대체하여 타이밍이라는 표현으로 차용해본다.
성적을 잘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대학에 들어가는 것, 대학에 들어가 취직을 하는 데에 까지 타이밍이 작용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나열한 요소들은 전부 상대 평가의 영향을 받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공부한 문제가 나와 시험에서 다른 친구와의 성적을 가를 만한 시점에 우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내가 하필 대학에 입시 원서를 넣을 때에 나보다 더 우수하여 날 경쟁에서 밀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그 학년도에 하필 타이밍 좋게 다른 대학을 노려,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던 걸지도 모른다. 어떤 학과를 선택하느냐도, 적성을 따라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전략을 짜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기도 했다. 대학마다 원하는 학과가 전부 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수시 원서의 기회를 다 소진하는 데에는 일종의 머리 싸움이 개입되기 마련이었다.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가 하는 전제 자체가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취직 또한 마찬가지였다. 입사 시험을 치르러 높은 성적을 받은 자가 최종 면접의 기회까지 얻기 위해서는 일단 나보다 높은 성적을 받을 만한 사람은 같은 입사 시험을 치르면 안 되었다. 그것조차 타이밍이었다. 어쩌면, 이 타이밍이라는 것은 아주 옛 과거에서부터 기인하는 걸지도 모른다. 내가 나가 자란 가정이었기에, 어떠한 가정환경 속에서 학습하고 자라왔는지가 전부 타이밍이었을지도 모른다. 상대평가를 하고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 속에서는 경쟁의 선을 전부 같게 만들려 함에도, 노력이라는 것 자체 또한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면 결국은 타이밍을 잘 잡은 자들이 승승장구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자는 이렇게 평가할지도 모른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돕지 않는다고. 방금 앞서 노력에 대해서도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느냐 한 적이 있지만 순수한 노력만을 따지고 본다면, 노력을 다 하고 난 뒤에도 우리가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다 해보고 나머지 일은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다. 이는 실은, 내가 자라면서 아버지에게서 종종 듣곤 하던 말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타이밍에 대한 내 가치관을 성립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허나 재미있지 않은가?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 것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아버지와 만나게 된, 일종의 나만의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물론, 하늘에게 기도하기 전까지는 열심히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다 해보라는 의미였지만 나는 하늘이 기회를 주는 것에 더 집중했다. 이 이야기를 언젠가 학과 선배에게 했을 때는, 그러나. 그는 나에게 그 이야기는 너무 슬픈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겠냐고. 모든 게 다 타이밍의 영향을 받는다면, 우리는 대체 뭘 할 수 있겠냐고. 글쎄, 이런 사고에 갇혀서 결국은 절망하는 것? 하지만 그렇다 한들 절망으로만 끝나진 않겠지. 우리가 결국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시적인 사실 앞에서, -소위 이것을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에 대한 내 감상은 이와 결을 달리 하기 때문에 그리 거창한 표현은 붙이지 않기로 한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대의 노력일 것이다. 단지 마음가짐? 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지니는 감정만으로도 우리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거야 말로 가장 거대한 인간의 가능성이 아니던가?
지극히 스피노자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아나, 이것이 내가 철학을 공부하며 선택한 사상이기도 하다. 특히 나는 타이밍에 대해 가장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 대학 입시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 내가 받을 수 있었던 학문의 기회들에 대해서는 타이밍에 대한 나의 사고를 빼놓고서는 논할 수 없었다. 인간이 결국 개입할 수 없는 정해진 인과관계에 대해 무력한 우위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과정들은 모두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기도 했으나, 이런 사고는 나만 최초로 한 것일 리가 없지. 말했다시피, 스피노자야말로 이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는 것일 터이다. 어쨌거나,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타이밍 속에서 나는 그저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서, 나에게 어떤 어려움들이 닥쳐도 그저 지나가는 흐름 속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어떠한 부정적인 사건들도 결국에 나에게 다음 있을 앞으로의 생활들에 있어 조금 더 단단하게 부딪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겠지만, 경쟁에서 뒤쳐진 적도 있었고 그것을 실패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제법 긴 휴지기를 겪고 난 뒤에 다시 경쟁 사회의 일원으로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쉬는 동안에의 내가 겪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서는 결국, 이 또한 일어나는 일들이라 생각하는 것이 마음으로는 편했다. 지금 또한 그렇다. 3월이라 많은 일감과 마감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오는 가운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 주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거쳐 왔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세시간밖에 잠들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그때 부족했던 수면을 채우지 못해 지금도 두통이 콕콕 나에게 경고음을 던지고는 있지만 이 타이밍을 계기로, 앞으로 내가 맡을 일감들에 대해서는 스케줄을 적절하게 조절하거나 몇 가지 일들은 떠나 보내줄 줄 아는 지혜를 갖추게 되겠지. 일단은, 이번 마감을 끝냈으니 바로 .. 다음 마감이다! 타이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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