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1 9호_머물기 – 벗어나기 / 연푸른 머물기 – 벗어나기 에디터 / 연푸른 나는 스무 살 때부터 서울에서 자취를 했다. 좁은 방은 쉽게 지저분해졌고, 나는 늘 방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만큼 성실하지는 못했다. 지저분한 방을 보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방에서 나가는 거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집 밖을 돌아다녔다. 카페로, 도서관으로, 학교 과방으로. 심지어 수업이 없는 주말 아침 8시부터 과방에 기어들어가 그곳에서 잠을 청한 적도 있다. 과방도 내 방 못지않게 지저분한 곳이지만, 적어도 그걸 내가 치워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또 과방에 죽치고 있으면 누군가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과방에 들어가기 민망한 고학번이 되어서는 주말마다 동아리방으로 출근했고, 혹은 교내 휴게실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 2021. 10.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