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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_2024/24호_회복

24호_회복 / 편집장의 인사

by 밍기적_ 2024. 8. 27.

‘회복’은 돌아올 회(回)에 회복할 복(復)자를 쓰는 단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원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다’는 의미이다. 사전적 의미 자체에 가치판단이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원래보다 안 좋은 상태에서 본디의 좋았던 상태로 돌아오는, 긍정적 의미의 변화를 말하는 듯하다. 반면 발전을 이루었다가 다시 본디의 안 좋은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회복’보다는 ‘반복’이라는 단어로 설명되고(“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회복과 비슷한 의미인 ‘만회’는 원래 상태로의 복귀보다는 손해를 복구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원금 회복’과 ‘손실 만회’). 

‘건강 회복을 위한 생활습관’, ‘피부장벽 회복에 좋은 스킨케어 루틴’, ‘피로 회복과 치유를 위한 주파수’ …. 내가 유튜브에 ‘회복’을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이다. 스크롤을 몇 번 더 내리면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이나 우울증이 회복되는 순서에 대한 강의 영상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회복’하면 ‘명예 회복’이나 ‘인간성 회복’ 부터 ‘한강 이남의 영토 회복’같은 역사 교과서에서 본 듯한 문장이 떠오르고, 특히 요 몇 년 사이에는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가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태도로서 자주 강조되는 것 같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시련이나 역경에도 심각하게 무너지거나 무기력해지지 않고 더 강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일어나며, 실패에 유연한 태도는 우리가 삶의 불안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듯 어떤 외부적 자극에 의해 몸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삶의 항상성을 잃었을 때 우리는 여기에서 벗어나 더 풍족하고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복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예시를 생각했을 때, 회복은 ‘정상화’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회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우리는 무의적으로 ‘원래 상태’를 정의하고, 어떤 변화가 ‘발전’이며 무엇이 ‘퇴보’ 혹은 ‘탈’ 인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를 정의하고 판단하는 방식은 다분히 사회적이다. 이에 한 때는 회복이라 정의되었던 것들이 지금은 개성의 몰살이나 다양성의 무시로 읽히기도 하고, 애초에 ‘원래 상태’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밍기적의 24호 회복에서는 전통적 의미의 회복과, 이런 회복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글을 모두 읽을 수 있다. 래곤은 그의 수필 <끝나지 않는 가려움>에서 어린 시절의 시련과 상처를 고백하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마주한다. 또바기의 <회복된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존엄사에 대한 논의를 다룬다. 그는 자신이 아팠던 경험에서 시작하여, 최근 한국에서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에 대한 찬반의견을 소개한다. 망과 연푸른의 글은 회복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글이다. 망의 <회복의 의미>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시작해 ‘원래 상태’란 무엇이며 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연푸른의 <회복이라는 환상> 역시 특정 신체 상태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 밖에 있는 모든 몸들이 정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위험성을 고발한다.

이 외에도 회복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았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이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다. 이에 읽고 볼 만한 다른 컨텐츠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양화] 세자매 / 이승원 감독

세 자매 희숙, 미연, 미옥은 가정폭력 피해자다. 어릴 때 겪은 폭력의 트라우마는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가 된 세 자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과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과 갈등을 겪는다. 영화는 폭력과 학대를 겪은 세 자매가 상처를 인정하고 표출하며, 치유로 나아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책]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 김설 저 / 위고 출판

자살 유가족인 저자는 오빠의 죽음 이후 어떠한 자책감에 자살 유가족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저자가 기록한 2년간의 애도 일지로, 오빠의 상실 이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 / 오멸 감독

이 영화에 직접적인 치유와 회복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대한 학살 사건의 치유는 이러한 과거를 복원하고 이를 공동의 기억으로, 나아가 역사적 기억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슬’은 감자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영화는 제주 4.3사건 당시 피난길에 올랐던 제주섬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책] 질병과 함께 춤을 / 다리아, 모르, 박목우, 이혜정 지음 / 푸른숲 출판

각자 난소종양, 조현병, 척수성근위축증,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네 명의 저자가 자신의 질병서사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이들은 건강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아픈 몸으로 사는 삶에 대해 관찰하고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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