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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_2021/3호_밍기적 될 타이밍

3호_밍기적 될 타이밍 / 편집장의 인사

by 밍기적_ 2021. 3. 29.

밍기적 될 타이밍

 

편집장_연푸른

 

  삼 월은 바쁜 달이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 명의 에디터는 각각 개학과 개강을 맞았고, 또 다른 한 명은 일을 시작했다.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 삼 월이지만, 쉬어가는 동안 벌여 놓은 일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에디터들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바쁜 일상에 더해,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 «밍기적»까지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 나는 삼 월 내내 매일 이런 생각을 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내가 앞으로 다시 일을 벌이나 봐라’, ‘이제 진짜 일 그만 키워야지’. «밍기적»을 삼 월에 시작하려고 했다면, «밍기적» 1호는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그렇다. 결국 일을 벌이는 것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우리가 «밍기적»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프로젝트가 학기가 끝나가는 12월 중반, 조금씩 여유 시간이 생기는 타이밍에 기획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밍기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배경을 조금 더 살펴보자. 

  2020년 하반기, 곧 학번상 5학년이 되는 나는 폭풍 같은 진로 고민에 빠져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취업과 시험 준비를 위해 떠나는 것을 보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몇 년 더 살다 보면 어딘가에는 취직을 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안일한 생각이나 하던 나는, 인생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 취직을 하고 싶은가? 꼭 취직을 해야 할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내 작업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학생’이라는 꼬리표는 가끔 멍청한 도전을 선택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대학생 타이틀을 잃어버리기 직전. 지금이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 타이밍을 붙들어 잡았다. 내가 원하는 주제로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지금의 «밍기적»이 되었다. 

  망과 바투, 온기가 합류한 것은 12월이었다. 미리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모인 네 명의 에디터, 그 사이에서 나는 조금쯤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함께 «밍기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학교를 다니는 망과 바투에게 마침 12월 중반은 학기의 끝 무렵이었다. 이제 몇 주만 지나면 학기의 업무가 일단락되고, 곧 방학이 찾아올 타이밍. 둘은 이 타이밍을 잡았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쉴 틈 없이 일하며 공부도 병행해야 했던 온기는, 그 즈음 잠시 일을 쉬며 몸과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고 있었다. 일을 잠시 쉬는 시점에 딱 맞게 찾아온 함께 글 쓸 수 있는 기회를 온기는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모든 조건과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프로젝트 «밍기적»이 시작되었다. 하필 그 날 우리가 모이지 않았더라면, 혹은 한 달이라도 기획이 늦어졌다면. 프로젝트 «밍기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다’라는 문구는 너무 사실이기 때문에 식상하다. 작게는 이번 버스와 다음 버스를 가르는 작은 시간 차지만, 이 작은 차이는 가끔 인생을 뒤흔들어 놓는 큰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나비효과를 목격할 때마다, 우리는 타이밍을 ‘우연’, ‘운명’ 혹은 ‘운’이라고 부른다. «밍기적»의 3호 <타이밍>은 이런 자그마한 시간 차가 우리네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다룬다. 

  온기의 <타이밍_기적>은 난처하면서도 때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무작위적이자 동시에 업보인 타이밍의 양면적 성격을 이야기한다. 바투와 망은 그 중에서도 무작위적인 ‘운’으로서의 타이밍에 조금 더 집중했다. 바투의 <타이밍, 탓을 해도 되지 않을까>는 삶의 실패와 발전 속에서 우리는 타이밍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망의 <어쩜 이렇게 타이밍 잘 맞는 주제인가요>는 타이밍을 내 노력 밖의 것으로 보는 관점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반대로 연푸른의 <운명으로 만들기>는 타이밍을 잡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회로서의 타이밍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3호 <타이밍>은 타이밍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정당화, 좌절과 위로, 문제의식과 냉소 사이의 어느 지점을 상반된 관점으로 관찰한 결과를 담았다. 이 중 어느 관점이 당신의 생각과 닿을지는 모르겠다. 쓰는 나조차 둘 모두를 기웃거리며 글을 완성했으니까. 어쩌면 지금 당장, 이 시점에 내게 필요한 관점을 선택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것도 결국은 타이밍인 것이다.

 

  삼 월은 바쁜 달이었고, 사 월이라고 이보다 덜 바쁘진 않을 것 같다. 이 시점에 공개되는 글이 과연 얼마나 읽힐지 잘은 모르겠으나, 아무쪼록 보는 이들 모두 적당히 평온하고 적당히 바쁜 시기 잘 보내시길.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이들에게도 곧 밍기적 댈 여유가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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