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배움
에디터 / 망
배움의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는, 해당 교과목에서 대학 과정까지 거친 전문가이니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을까? 일반 학문도 아닌 사범 계열로 이수를 마쳤으니 교수학습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으니, 알만한 건 다 알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각자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간단한 단답형이었다면 모두가 ‘아니오’라고 답했을 것이라 기대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길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멈춰서는 순간 끝을 기다리는 게 되어버린다. 매해 새로운 세대가 되어 입학생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매번 바뀌는 교육과정 정책에 맞게, 늘 새로운 이슈들을 수업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교사들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깨어있어야 하며 어떤 것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1.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
교과목의 충분한 내용은 대학에서 다 배웠으니 더 이상 배울 것이 가장 적은 분야로 여겨지기 쉽다. 앞으로 나오는 것들에 비해서는 그럴 수 있으나 어쨌든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 점들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유물이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그걸 다시 외우고 공부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비명을 지른다는데, 그걸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역사 선생님 또한 그러지 않겠는가.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이 발견되어도 마찬가지지 않겠는가. 다만 그것이 교과서에 반영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뿐이나, 그럼에도 교사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을 가르칠 의무는 없다. 요는 교과서가 바탕 삼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가르치는 것이다. 15개정과 같은 표현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2015년에 교육과정 개편이 있었으며, 당시 개편된 교육과정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15개정 교육과정이 2015학년도에 바로 적용된 것 또한 아니다. 교육과정을 반영한 교과서가 새로 쓰이고, 그것을 검토하고, 다음 입학생들에게 쓰이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말이다.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교사들은 지난해야 가르치던 것들에서 어떤 것을 빼야하고, 순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참고할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배제되는 것들을 영 교육과정이라고 부르는데, 의무교육에서는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영 교육과정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수학 교과에 대한 접근성과 난이도 때문에 과거에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던 교육과정 일부가 선택 과목이 되기도 하고, 아에 대학 과정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교육과정에 있어 대학과 일치하지 않는 간극이 벌어지면서 대학 교수들은 지난해의 입학생들과 달리 올해 입학생들이 왜 해당 분야를 모르느냐고 당황하긴 하였어도.
둘째로는, 그 바뀌는 내용들을, 그리고 학생들이 꼭 도달해야 할 학습목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교수학습이라고 한다. 잘 아는 것, 많이 아는 것은 결코 잘 가르치는 것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요령이 필요하고, 학습자와의 적절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학습자의 수준을 파악하고 강의식 수업을 벗어나 학습자가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교실을 구성해야 한다. 이에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들이 많다. 왜냐하면 교사들에게 주어진 업무량(출제, 채점, 담임 업무, 행정 업무 등)으로 인하여 충분히 수업 연구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어려움과 배움을 지원하는 역할이 교육청이 맡은 바이다. 다행이 교육청에서는 주기적으로 교사들이 이수할 수 있는 연수를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이를 통해 자기계발 뿐만 아니라 교수 학습 법에 대한 지식과 팁까지 얻을 수 있다. 다른 교사들이 학습자 중심으로 수업 하는 것을 교육청의 전달을 통해 공유하고, 교사가 배움을 얻어오면 그 배움은 다시 교실에서 학생들을 향한 배움으로 이어진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교생 시절 가장 많이 수업 참관의 기회를 얻었는데 그때 다른 동료 교생들이 진행한 수업을 지금도 참고하고 있을뿐더러 연수에서 얻은 자료를 수업에 즉각 반영한 적도 있으니, 교사가 열심히 움직이지 않으면 학생들의 학습 또한 무럭무럭 피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2. 담임으로서 해야 하는 것
성년으로서 미성년을 지도하는 것은, 그저 나이만 성년이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부모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도,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부모라고 불릴 뿐이지 좋은 부모,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은 단지 나이가 많다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성년에 비해 절대적인 경험은 많아도, 자신이 마주하는 미성년이 지금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거를 이해하는 데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럼 열린 마음가짐만 있으면 되는가? 아이들에게 그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면 되는가? 그렇다면 본인이 욕을 많이 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욕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나누듯이 그렇게 남용해도 되는 것인가?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 욕을 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 자체에 놀라는 아이들도 있다. 기특한 녀석들.)
담임 학급의 아이가 다른 과목의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해당 교과 선생님이 지도하는 것으로 떠맡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이다. 학교에서의 부모다. 아이들이 마주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해 유사한 가치관을 지니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다른 말을 한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친구들끼리도 그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면서 서로 사회성을 형성해나가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또래들보다 상대적으로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어른들이라면, 교과교사-담임교사-학부모 간의 어떠한 동질성이 필요하며, 이것은 서로가 계속해서 소통하고 교류해 나감으로써 한 아이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이다.
3. 교무실에서의 업무
학교에서 교과 외 이루어지는 행사나 평가 등은 모두 교무실 업무를 통해 이루어진다. 운동회, 동아리, 축제, 수련회 등등 이를 주도하는 선생님들이 있고 교과 선생님들은 수업을 마치고, 그리고 담임으로써는 종례까지 마치고서 교무실로 돌아가 소위 행정 업무를 시작한다. 운동회에 필요한 예산을 수급하고, 물품을 구입하고, 운동회 가정통신문을 작성하고, 통과되면 인쇄를 맡겨 학생들 편으로 나누어준다. 이때는 또 담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거의 매해, 혹은 격년에 한 번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될 것이고 새로운 것이라면 작년 선생님들이 한 자료들을 열람해가며, 그리고 올해 새로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지시들을 살펴보며 자신이 모르는 백지에 체계를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환경 자체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 또한 필수불가결하게 교사들이 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업무를 매번 새로이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배움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또한 배워야 한다. 업무를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잘 대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피로를 느낄지언정 달아나서는 안된다. 많은 사명감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적성일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을 이루었으므로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이든 교사든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직장의 사람이든 다들 배우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진부한 말일지라도, 우리는 적어도 그 명제를 거짓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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