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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_2023/16호_재회

16호_재회의 가능성 / 바투

by 밍기적_ 2023. 10. 5.

재회의 가능성

 

에디터_바투

 

졸업을 시키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살면서 이 아이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까,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했었는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재회의 기회는 쉽게 찾아왔다.

 

sns, 특히 인스타의 발달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사생활을 아예 꽁꽁 싸매두는 타입은 아니지만, 졸업하면 더 이상 연락하기 힘들다는 학생들의 요청에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팔로우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은 곧 너와의 연락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선택이 주어졌다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롭고 확실한 연결 고리가 생겨버렸다. 때로는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보다(당연히 인스타 팔로우를 받아주지 않았고) 졸업한 제자들이 어쩌면 나의 일상을 더 속속들이 알게 되는 지도 모른다. 사제 지간으로 1년을 함께 보냈다는 점으로 앞으로의 나의 일상을 공유하게 되는 것, 필요 이상으로 방대한 양의 일상이 공유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관계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잠깐의 인연으로 스쳐간 사람들과도 쉽게 만들어진다. 얼마 전 집 근처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한 잔 기울이고 있었다. 둘이서 왔기에 큰 테이블을 차지하긴 그렇고, 오뎅 꼬치를 바로 건져먹을 수 있는 바에 앉았다. 분위기가 익어가던 찰나 다른 두 사람이 가게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다 우리 앞에 앉았고, 자리 특성상 계속해서 눈이 마주치던 우리 두 팀은 자연스레 대화를 트게 되었다. 술도 먹었겠다, 기분도 덩달아 들뜨면서 서로의 인스타 계정을 교환하는 순서로 넘어갔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연락처가 아니라 인스타 계정으로 연결고리를 짓는다.) 그렇게 서로를 맞팔하게 되었고, 앞으로 다시 볼 기회가 있을 지도 없을 지도 모르는 우리는 서로가 매일 무엇을 하고, 어떤 곳에 여행을 다녀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주기적으로 인스타 친구 목록을 정리한다고 하지만,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누구는 남겨두고, 누구는 삭제하고의 기준을 설정하기도 어렵거니와 한 번 끊어진 인연은 다시 붙어지기 매우 힘듦을 알기에 쉽사리 지우기도 어렵다. 정리하려고 들어가도 목록을 몇 번 훑다가 결국 소식이 뜸한 인플루언서나 이제는 취향이 아니게 된 쇼핑몰 계정 몇 개를 지우는 것에 그쳐버린다. 인연이 되는 것은 몇 초면 끝나지만, 지우기까지는 몇 번의 고심과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재회가 쉬워져버린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내가 과연 원한 재회인가, 이 재회의 무한 굴레를 끊을 방법은 있는가의 고민이 생긴다.

 

한편으로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유저가 아니라면, 과거에 아무리 가까웠던 사이였다 하더라도 다시 연락이 닿아 서로의 안부를 묻기가 어려워진다. 우리가 맺었던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에 비례하여 재회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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