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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_2024/20호_닿을 수 있을까, 상상

20호_상상과 꿈 / 바투

by 밍기적_ 2024. 1. 31.

상상과 꿈

 

에디터 / 바투



자기 전에 상상하던 것이 꿈에 나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항상은 아니고 이따금 한 번씩, 자려고 침대에 누웠으나 잠에 쉽사리 들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저런 생각들에 잠겨 왼쪽으로 누웠다, 다시 오른쪽으로 누웠다 하며 뒤척이면서 지나온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이렇게 머리로 쓰는 일기가 끝나면,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과 반대되는, 즉 일어나진 않았지만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이어나간다. 아, 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옷깃만 스쳤던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면? 사고 싶었던 그 옷을 샀다면? 고민하던 다른 음식을 먹었다면 더 만족했을까? 이런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스르륵 잠에 든다. 참 신기하게도 그러면 귀신같이 자기 전에 상상했던 소재가 꿈에 등장한다. 상상이 꿈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생각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그것을 나는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마치 정말로 벌어진 일처럼. 

 

정말로 자기 전에 생각하던 것이 꿈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궁금해 나름의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어떤 한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삼아 자기 전까지 계속 반복하여 상기하며 꿈에 나오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꿈을 꾸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꿈에서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자기 전 상상이 꿈으로 이어지는 것은 단순히 내 머릿속에 오래 맴돌아서가 아니라 그날 하루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 아쉬움과 미련을 꿈에서나마 실현시켜준 것이라고. 상상은 곧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므로 꿈에서나마 한번 경험해보게 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꿈은 나에게 미련이 펼쳐지는 공간이 종종 되곤 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오히려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을 최대한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왜인지 미리 ‘이러지 않을까?’ 하고 상상을 하고 나면 그 상황은 대부분 현실이 아닌 꿈에서만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이게 꿈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안타까운 소식과 더 이상 실망할 것도 남아있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에 환멸이 날 대로 났다. 내가 오늘 하루에 본 기사만 해도 이렇다. 

 

‘성인 40%, 1년에 책 1권도 안 읽어.. 독서율 역대 최저'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하라, 유가족 밤샘 15900배 돌입'

‘술집 여자 좀 만지면 어때서? 여성 치마 속에 손 넣은 뻔뻔 남성'

‘연장근로 기준, ‘주 40시간’으로.. 노동계 “하루 21.5시간 일할 수도"’

‘겨울 길바닥서 강간 후 버려진 여대생.. 같은 학교 남학생이 범인이었다'

‘한달 뒤까지 서명된 한 모 장관 딸 ‘허위 봉사일지 스펙' 의혹 11개 모두 불송치, 기관들 회신 없어'

‘성폭행 사주, 미성년자 포함 10명의 불법 촬영물 200회 촬영 후 인터넷에 유포했으나 징역 4년 받은 쇼핑몰 사장'

 

이따금씩 상상한다. 이런 소식을 접하며 속상하고 걱정되는 마음을 달래지 않아도 되는 나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가 후퇴하지 않고 한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뉴스란의 제목들은 어떠할까? 나와 가족들의 삶은 더 나아질까? 하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꿈꾸고는 한다. 

 

그리고 또 상상한다. 더 이상 이러한 자극적인 뉴스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 나 자신을. 특히 이제는 자극과 도파민에 익숙해지면서, 사실 미시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개인에게 너무나 큰 일이고 문제에도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며 거시적으로 문제라는 경각심 없이 그냥 지나가곤 한다. 현실에 대한 자각과 인식, 부조리함에 대한 분노가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기에 무뎌지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쏟아져나오는 부정의한 사건들은 무력하게 만들어 사회를 건조하게 만들어 버린다. 한 개인의 인생을 망치는 비극이 점차 정치적인 다른 큰 일로 덮여져 우리 사회가 비극에 무뎌지는 이 상황이 앞으로는 또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상상하면 이제는 안타까움을 넘어서 아찔하기까지 하다. 

 

오늘 내 하루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아쉬워하며 상상하면 그것이 내 꿈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더 무섭고 마주하고 싶지 않는 극단적인 사회를 상상하며 항상 경계심을 가져야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상상이 그냥 꿈으로만 끝나길, 부디 현실이 되지 않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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