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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_2024/20호_닿을 수 있을까, 상상

20호_상상이 날개를 달아도 될까 / 온기

by 밍기적_ 2024. 2. 2.

상상의 정의

상상의 사전적으로 “머릿속으로 특정 상황, 이미지, 아이디어 혹은 감각을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공상 (空想)은 실제로 있지 않거나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일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 추상(抽象)은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 가운데서 특정한 측면만을 가려내어 포착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면만을 추상하는 것은 다른 측면을 버린다는 것과 같다. 



이 조금씩 다른 뜻을 지닌 단어들이 사실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망상가라고 불리던 사람이 생각을 구체화 해나가며 누구도 생각지 못한 혁신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상으로만 끝내야 할 일들을 현실에 불러들여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상상의 역기능

시장에서 상상은 소비자의 영역이고 창의력은 생산자의 영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상은 앞서 언급한 추상, 공상, 망상보다는 더 구체적인 사색을 동반하지만, 결국 상상이란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와 영역을 넘어서는 과정인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장의 물건, 서비스, 가치 등을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상상의 자유가 열려있지만 그것들을 기획하고 생산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능성을 열어두되 현실 가능성과 시장에서의 경쟁성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것이 내가 통찰한 바이다. 

 

가끔은 꿈에서 혹은 사색 중에 상상하던 것들이 현재 살고 있는 세계를 심하게 침해하여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맞물린 두 개의 세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 금상첨화일 테지만, 조화를 이루기엔 그 간극이 너무 큰 경우가 많았다. 내가 상상하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영역임을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겪게되는 괴로움 때문이었을까, 상상과 내 삶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겪은 것이다. 준거집단과 내집단의 차이가 클 수록 사람이 불행해진다고 하질 않는가. 그때의 내 준거집단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었고, 여전히 현실 속에 살고 있는 나는 불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건 그야 말로 R=VD 의 저주였다. 

 

상상의 크기와 한계

상상의 영역을 한계짓는 것은 무엇일까. 호주와 미국은 내가 꽤 장기간 체류한 국가이다. 호주와 미국은 한국보다 면적이 각각 77배, 98배정도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호주와 미국의 상상력의 양이 77배 98배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년간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겪어 보지 못한 일련의 사건들과 사건들 속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역시 사실이다. 이것은 어쩌면 상상을 할 재료들이 얼마나 방대한가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호주에서 나는 잠시 직업 공백기에 Fundraiser로 일한 적이 있었다. 사막과 오지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응급 상황 시 헬기를 조속히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이 내가 맡은 팀의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한국처럼 모든 네트워크와 필수 시설들이 촘촘히 깔려져 있는 곳과는 달리 호주처럼 국가의 크기가 훨씬 더 크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빈 땅이 많아 서비스의 빈틈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곳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물리적 거리의 한계가 교통 수단 및 통신 기기의 발달로 많은 부분 극복 되었음은 학창 시절 사회 문화 시간에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살면서 어떤 기회를 마주했는 지는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에 많은 차이를 만든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은 누구에게나 다르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만큼의 영역을 상상할 수 있고 내가 상상도 하지 못 하는 영역은 어디일까. 가령 나에게는 종교는 상상의 영역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실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그건 상상의 영역이 아닌 생활의 영역일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이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혹은 도덕적으로 용인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선 매일같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건 나라마다 각기 다른 법률적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차이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일 평생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보았다. 



상상은 창조도 할 수 있는가?

“여러분 창조라는 것은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창조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제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뭔가를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력은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것입니다.” -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창조는 결국 기존에 없던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대상을 서로 연결하는 것에 가깝다. 그가 생각한 창조의 정의는 사실 이미 창조된 것을 이어 재창조하는 것이었기에 자신을 시대의 혁신가로 부르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러나 저러나 그는 놀라운 발견을 했고 각각의 발견들을 연결하여 가장 빠르게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뛰어난 상상력이 아닌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관점 그리고 현실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명석한 두뇌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채용 시장에서 나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적절한 상황을 찾아 잘 배합하여 활용을 할 줄만 안다면 말이다. 상상하던 것들과 유사한 것들을 발견하고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 스티브 잡스를 현명하게 차용해보려한다. 

 

상상은 여전히 인식의 근본이 되고 상상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상상을 할 실제 경험과 재료들이 부족하다면 상상의 힘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상상은 근본적인 속성을 지닌다. 하지만 상상이 깊은 사고의 원천이 아닌 되려 독이 된다면 우리는 이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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