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이기주의자>
에디터 / 온기
호주에서 받은 시그널
2019년 12월 6일 여느때와 다름없던 출근 길, Capitol square 역 앞을 지나가던 내 앞에 뜻 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붉게 변해버린 시드니였다. 뿌옇게 흐려진 잿빛 하늘에 시야가 흐릿해져 한치 앞도 보기 힘들었던 그때의 시각은 겨우 오후 1시였다. 사람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건 꼭 지구 멸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조 증상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호주는 19년이 처음이었고 나는 산불이라는 말에 바로 크게 놀랐다. 하지만 옆에 있던 매니저는 처음 산불이라는 말을 듣자 “그래, 여름이 오긴 왔네”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렇다. 호주의 여름 11,12,1월은 건조해진 날씨와 높아진 온도로 인해 자연적으로 산불이 발생한다. 바스락 거리던 나뭇잎들끼리 서로 부닥치며 자연발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19년의 산불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당시에 현직 소방관들을 비롯하여 지역 사회의 수 많은 자원 봉사 소방대원들이 몰려들었다. 인근 주민들은 엄청난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있었다. 20년 1월 기준, 1070만 핵타르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타 파괴되었고 (남한 전체 면적보다 큰 규모) 야생 동물들의 보고로 불리는 블루 마운틴을 비롯 각지에서 다발성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생물 종 다양성이 파괴되었다. 아이들까지도 쿠키를 만들어 펀딩을 하는 등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운동을 벌였다.
처음에는 산불과 기후변화의 관계성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던 스콧 모리슨 총리도 결국 둘의 상관 관계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광활한 자원과 청정 자연으로 더 널리 알려진 호주는 사실 여전히 탄광 산업이 활발한 수준이다. 호주는 세계 1위의 석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전세계 석탄 수출량 (우라늄, 천연가스, 철광석 등의 생산/수출량이 높은 수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주는 세계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기구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0 기후변화 퍼포먼스 인덱스’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책 분야에서 57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모리슨 총리가 호주의 주요 수출원인 천연자원들의 입지가 줄어들어 호주가 겪게 될 경제적 손실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도 엄청난 규모의 화재를 경험했다. 내가 떠나온 나라와 이제 막 도착한 나라에서 두 차례 발생한 대형 산불이라니, 위기감이 몰려들었다. 더욱 끔찍한 사실은 두 차례의 대형 산불은 우리가 국면한 현실의 아주 작은 단면에 불과한다는 것이다. 세계 곧곧에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애써 그 신호가 당장 해결해야할 일이 아닌 것처럼 끝없이 미루고 있다.
애써 외면한다고 팩트가 달라지진 않는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당면한 과제 중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가 환경 문제이다. 아래는 World Economic Forum (WEF)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 (Glogal Risk Report 2020)에서 통계낸 자료이다. 여러 사회 이슈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은 초록색으로 표기된 환경문제다. 다른 문제들을 제쳐두고 (가령 코로나로 힘을 잃은 각 나라의 경제 사정 등)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질서의 확립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마주할까?
<Change in CO2 emissions by fuel, 1990-2021>
2020년은 산업 혁명 이후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감소한 첫해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과 사물의 이동이 제한되고, 생산과 소비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악의 해로 기억하는 2020년이 지구에게 있어서는 최근 들어 가장 오염이 덜 했던 해라는 뜻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동시에 이것이 가리키는 사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기술의 수혜자이며 산업 전반의 기술발전 덕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너무나 편리한 것들을 당연스럽게 누려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편안함을 포기하고 생활 전반의 여러 불편들을 감당해야 하는 인류는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지금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코로나 이후 산업 기반 마련과 늘어난 소비 욕구로 인해 에너지 소비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 기구 통계에 따르면 최소 4.6% 정도 증가) 단적인 예로 전기를 들어 19년도에서 20년도의 요구량과 비교해서 20-21년도의 증가 추세는 세계적인 것이다. 코로나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의 보상심리와 한동안 중단되었던 사업의 재가동으로 인해 폭발적인 에너지 사용량이 예상된다.
우리 이전 세대에게는 2차 세계대전 이후가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질서는 MZ세대에게 아주 평범한 현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대대적인 ‘글로벌 리셋’에 대응하는 앞으로가 관건이다. 과거에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앞으로의 비전을 세웠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까지 그들 사이에서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는 새롭게 정립된 힘의 위치를 인식해야 하며 그 힘은 개개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가치 체계의 혁명: 이기적인 국민과 성숙한 세계 시민
가치체계에 대한 이해를 달리한다면 지금의 이해관계로는 희생으로만 보이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16년부터 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다. 빈곤과 질병, 교육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 환경,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관들에게 예산 지원을 해주거나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위기 극복에 큰 영향을 줄 만큼 충분한 예산과 강력한 힘을 가진 기관이 현재는 없다. 국제 기관을 비롯 어떤 국가도 이 거대한 도전을 위한 협력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못한다. 국가의 경우 자국민 우선주의 때문이다. ‘개인'이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미미할 뿐이라는 생각을 거두고, 유권자가 발휘할 수 있는 권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는 세계 시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출범했다. 성숙한 세계 시민들은 각 국가에서 발생하는 환경 재앙들을 각 국가의 것으로 보지 않고,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로 인식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가꾸는 당연한 과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윤 창출, 기업들의 목표의식은 변한 적이 없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를 이제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다. 실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인재”는 이제 어느 기업의 인재상을 찾아보아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것은 기업의 윤리적 가치를 드러내는 대목이 아니다. 기업은 이윤창출의 극대화라는 목적 아래에 이기적 인간이 집단적으로 모여 형성한 집단이다. “지속 가능한”이라는 키워드는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하고 싶다는 기업의 욕구를 담은 대목이다. 올바른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서적 <자본주의 대전환>에서 리베카 헨더슨은 기업의 확대된 사회적 책임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가 주창하는 이론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우리는 빠르게 달릴 수는 있어도, 멀리 갈 수는 없다.
그녀의 조언을 무시한 채 더 빠르게, 더 싸게 팔아 높은 수익을 내는 데만 열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영국의 대표적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알려진 Boohoo이다. 유사 기업들의 생산, 공정, 배송 일정보다 2배 이상 기간을 단축한 것에 대해 몹시 자랑스러운 모양이지만 패스트 패션은 산업과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환경 파괴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주변의 생산을 담당하는 의류 공장 노동자 대다수가 제대로 된 노동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Boohoo의 자회사인 PrettyLittleThing 소유한 ceo Umar Kamani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룬 “업적”을 이야기하며 의기양양한 얼굴이다. 그 제대로 밥맛없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별 다른 고민도 없이 싸다고 옷을 사버린 바람에 몇번 입지도 않고 그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내 지난 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한 것은 득템이 아닌 무지에서 비롯된 그릇된 소비였다.
탄소배출권을 둔 각자 다른 이해관계
오염자 부담 원칙, 균등 배분 원칙, 약자 배려 원칙, 각기 기준을 달리하는 데에 따라 탄소 배출권의 할당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할당할 때, 과거 역사의 책임을 제하고, 인구와 산업 규모등을 고려한다면 6599톤으로 최대 인구수를 보유한 중국을 잇는 수치이다. 하지만 역사적 책임을 고려하고 기득권을 불허할 경우, 할당량이 오히려 마이너스 수치이다. 대표적 개도국 인도와 비교선상에 놓일 경우, 할당량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신나게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동안, 인도는 황금의 제국의 식민지 아래에 제대로 된 발전을 할 수 없었으니, 역사적 책임을 논의 선상에 올린다면 수치의 차이는 합당한 것이다.
<CER by Region>
그렇다고 해서 개발 도상국들의 뒤늦은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개발 도상국들이 자국의 경제 발전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늦게나마 개발 속도를 가속하는 것에 대해 누가 어떤 권리로 제재할 수 있느냐는 반박을 내놓고 있다. 자신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선진국들과 환경주의자 단체들에게 하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 국가의 이기주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가 함께 떠안는다. 가령 브라질이 산림을 파괴하여 농지나 공장 부지를 확보한다면 브라질만이 아닌 전 지구가 병든다. 그리고 그들은 환경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성숙한 태도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내뿜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대표적으로, 여러 개도국들의 탄소배출량은 여태 하락 한번 없이 계속하여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제로로 향해 가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하기 때문에 정해놓은 놓은 수치이긴 하지만 이 수치는 얼마가지 않아 완전히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표에서 할당한 수치가 정말 이대로 탄소를 배출해도 지구에 부담이 없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게 할당된 탄소 배출 허가량은 우리 조부모, 부모 세대에 비해 1/6수준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었던 선진국과 따라오는 현재 가장 환경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개도국들까지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선진국들이 환경세를 더 큰 폭으로 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게 경제적으로는 더 부담이 가지만 친환경적인 개발 방법을 말로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그들의 경제적, 기술적 조력자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유의미한 기술 전환과 노력
이렇게나 무수한 희생을 통해 기술 발전을 이룩했다면 그 “잘난 기술”로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한다.
굳이 더 만들어내지 않아도 대체가 충분히 가능한 것들에 대한 생산을 자제해야한다. 판매 수익의 1%는 무조건 환경 보호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파타고니아. 앞으로는 100% 리사이클링 한 플라스틱으로만 음료의 용기를 제작하겠다고 밝힌 코카콜라 등 이전부터 환경문제에 꾸준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은 더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시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미국 스타트업 ‘어프레시(Afresh)’는 식료품 매장에서 주문해야 하는 신선식품의 적정량을 알려준다. 매장 직원이 소프트웨어에 매일 신선식품 재고량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수요를 예측하고 딱 맞는 주문량을 계산해주는 기술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줄여준다. 에콰도르의 스타트업 기업 리프팩스에서는 식물로 만든 식를 개발했다. 세척하여 여러번 사용이 가능한데다 생분해성 용기라 6개월내에 완전히 자연 분해가능 하다.
멕시코의 신발 생산 기업인 ‘레노바레'는 해양 쓰레기를 이용하여 신발을 생산하였다. 해조류로 신발 밑창을 제작하고, 페트병에서 섬유를 추출하여 몸통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가능할 것이라 예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상용화에까지 성공한 그들의 노력은 분명 유의미한 발걸음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소모품들을 웬만하면 사지 않으려 하고, 식료품의 세일과 이벤트에 현혹되지 않고 딱 필요한 양을 구매하고, 조금 불편해도 없는대로 산다. 미니멀리즘은 내가 사회적으로 대단히 의식있고 뛰어난 환경 운동가라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거처없이 이동이 잦은 삶을 살다보니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물건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지만, 내게 놓여진 환경이 내게서 무언가를 버리고 포기하고 그 물건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람처럼 살게했다. 그동안에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 이다지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건 절대로 포기 못 해, 이것 없이는 절대로 못 살아!라고 생각했던 것 역시 틀렸다. 이 세상에 “절대"라는 개념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 습관적으로 또 ‘절대’라는 단어를 쓰고 말았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 기르는 것, 이동하는 것,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등을 할 때마다 우리는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플라스틱, 강철, 시멘트 우리가 사용하는 공산품 대부분에 활용되는 이것들을 얻는 과정에서 우리는 탄소를 함께 얻는다. ‘움직이면 돈' 이라는 우스개소리는 꼭 움직일 때마다 탄소가 든다는 말로도 바꿔 말할 수 있다. 지금껏 큰 불편없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크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생활 곳곳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현명한 미래 소비자
당신은 기꺼이 그린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기후 변화에 대해 크게 위협을 느낀 백만장자이자 기술광인 빌게이츠는 미래 세대가 더 큰 곤욕을 치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그린 프리미엄 비용을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그린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있는 대표적인 백만장자다. 빌게이츠는 실제로 화석 에너지를 끊임없이 태우며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고 당장 경제적 이익보다도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여 생산, 유통 과정에 활용하려는 신생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모두가 빌게이츠만큼 거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좀 더 비싸지만 좀 더 깨끗하게 만들어진 전기를 소비하고 한끼 식사부터 육류 소비량을 줄이자는 말이다. 최소한 소비를 하기전에 한번 더 고려할 필요성에 대해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요를 결정짓는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인 소비를 할 의사가 충분히 있음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어 실험실에만 존재하는 기술과 상품을 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재생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 에너지에 비해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적다.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 요구량과 소비량은 폭발적인 수준이다. 그런 폭발적인 요구 대비 햇빛과 바람의 가장 큰 한계는 간헐적이라는 것이다. 낮과 밤, 그리고 여름과 밤(낮이 긴 날과 낮이 짧은 날)에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양의 차이는 큰 폭을 보인다. 얻은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해놓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겠지만 저장할 수 있는 양의 한계, 보관용 배터리가 오히려 더 비싸다는 등의 한계를 동시에 가진다. 전통적 방식을 지양하고 재생 에너지로 많은 부분 대체될 경우 예전처럼 소시민들까지 모두 무한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불편한 진실, 우리가 꿰뚫어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탄소 중립을 뜻 하는 Net-zero는 단순히 탄소의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캠페인이 아니다. NET-ZERO, 즉 순 제로는 배출되는 양과 제거되는 양이 같은 상황을 말한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탄소는 이산화탄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기 오염 정도를 측정할 때 이산화탄소 환산톤 (CO2e) (온실가스를 단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측정법)을 편의상 가장 많이 이용한다. 온실가스를 만드는 원인으로 이산화탄소를 대표적으로 꼽았지만, 여기서 결점이 드러난다. 일례로 메탄가스는 분출되는 그 즉시 지구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농업과 축산업에서 주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265배 더 심한 온난화를 일으킨다고 하니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잠깐 아직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척'하고 있진 않았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떠들썩하지만, 그저 우리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보여지기 위해 그런 ‘척'만 잔뜩 하고 있다. 그린 워싱이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기업들의 ‘친환경 기업' 이미지 세탁방법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소비량 추세를 살펴보면 renewable 에너지 전부를 합해도, 기존의 에너지원인 석탄, 천연가스, 석유 중 단일 에너지원의 소비량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앞만보고 성장가도를 달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굶주리지 않고, 의료혜택을 받고, 풍부한 에너지원들을 제공받고 있다. (물론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동시에 우리는 이제 겨우 탐사하기 시작한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누구 하나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 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 논의에 대한 필요성만 운운할 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행동에 있어서는 주춤하기만 한다는 뜻이다. 모두 함께 누려야 할 생태 자원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해놓고서 손에 쥔 무엇하나 양보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정말이지 화가 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리얼리티 버블>이라는 책에 따르면 전통적 에너지원을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 전기 자동차 사업에도 거대한 거품이 끼어 사람들이 본질을 잘 보지 못한다고 한다, 미래의 인류를 구할 획기적 아이디어라는 거품으로 인해 신기술에 들어가게 될 또 다른 희생, 또 다른 낭비, 또 다른 환경 파괴에 대한 고민이 충분치 않은 것이다. 환경 파괴적이었던 전통적인 에너지원의 대안이라고 해서 무작정 지지를 보낼 것이 아니라 진정 친환경적 시너지를 발휘하는 방법인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한다.
여기, 신기술의 대표 사례, 희귀 금속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낸 인물이있다. 프랑스 출신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기욤 피트롱이 바로 그 인물이다.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희귀 금속의 추출과정부터 공산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형하는 과정까지 무수히 많은 환경 파괴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예시로, 휴대폰 배터리에는 탄산 리튬이라는 리튬을 가루형태로 만들어 공산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한 물질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양이 약 5-7그램 정도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리튬 1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대략 소금물 1리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휴대폰에만 소금물이 적어도 5리터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은, 전기 자동차 한대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더욱 어마어마한 양의 소금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거야 말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 빚좋은 개살구다.
희토류를 비롯한 여러 희귀 자원과 광물을 최대로 보유한 국가인 중국의 행보를 모두가 주목해야 한다. 희귀 자원은 우선 그 자체로 충분히 무기화될 수 있다. 총과, 탱크, 미사일, 전투기같은 것들만 무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전쟁 물자가 아닌 천연 자원들은 훨씬 더 빈번하게 국제 사회에서 무기로 활용되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중국은 2060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파리기후협약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한 국가 가운데 세운 목표를 이룬 국가의 수는 (코로나로 인해 산업 전반이 중단되었던 20년도를 제외한다면) 전무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언론을 통제하는 국가가 펼치는 어떤 정책도, 어떤 말도 믿지 않는다. 실제로 표에서 보여지듯이, 2000년대 이후부터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중국은 그 뒤를 잇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그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탄소를 배출했다.
개인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집단적으로 자제할 수 있을까?
미국의 유명 instant message 앱인 Snapchat (스냅챗) 사용자들은 환경의 날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였다.환경의 날 당일 #WorldEnvironmentDay는 7시간 이상 가장 많이 사용된 해시태그에 랭크되었다. (같은 시각 틱톡에서도 유사한 캠페인이 진행됨) Bitmoji앱을 통해 유저들이 환경의 날 기념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앱 활용도와 유저들간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환경의 날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들이 주류가 되어 사람들이 그 속에 섞이고 동참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불씨다. 환경 문제는 미래를 관장할 젊은 세대들의 동참이 무엇보다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캠페인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틱톡이나 스냅챗과 같은 인스턴트 메시지 앱과 콜라보를 하여 메시지를 전하려는 노력을 더불어,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것,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유난떠는 몇몇 사람들의 사유'가 아닌 소위 ‘힙한 것'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한다.
끝 없는 인지
미래학자 게르트 레온하르트는 ‘인지된 위기만이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지금 현 문제에 대한 인식, 의식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겁을 먹고,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나겠다는 깊은 위기 의식만이 인류 전체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후재앙,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대단히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상황에 가장 알맞은 표현이다. 이제는 모두가 기후재앙에 대항하여 행동으로 옮겨야한다.
대단한 도덕심으로 파생된 깊은 사회적 연대는 애초에 어려울 뿐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집단이 커질 수록 한데 집중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을 이용해야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이건 틀림없이 나의 문제다” 라던가 “이건 우리 기업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달라지려고 할 것이다. 살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생존이 달린 일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위기로부터 구원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발버둥을 치게되며 이것이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때 변화는 시작된다.
마무리하며
나는 언론정보학 전공자였기에 귀가 아프게 들었던 가르침이 “사실”에만 집중해야한다라는 것이었다. 언론이 팩트에 집중하지 않고 한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면 질서가 파괴될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였기 때문에 나는 그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했다. 과학도 그 가르침 아래에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인듯 했다. 과학이 한 국가나 기관의 이해 관계에 얽히고 설켜 변질되지 않는 지적 자산으로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과학자들 역시 사실만을 다루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사실을 다루는 학문을 두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로부터는 멀어진다.
6월호에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단히 의식있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당연히 고민했어야 할 문제들에 대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고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하자는 것이다. 이 글은 에디터 온기의 “반성문" 이다. 집필하는 내내 무지한 게 잘못이라 인지하지 못한 지난 날의 내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보인 이기적인 행보에 대해 분노가 차올랐다. 6월호의 제목 [선량한 이기주의자]는 산업 혁명을 이룬 주역들이며, 그 이후로도 기술 발전을 주창하던 기업가들이며, 그들의 행보를 눈 감아준 정치인들이다. 또한 이 글 읽으며 뜨끔할 당신이며 필자 본인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 모두 달라져야한다.
<Reference>
http://www3.weforum.org/docs/WEF_Consultation_Nature_and_Net_Zero_2021.pdf
https://www.bbc.com/news/world-australia-50887982
https://essd.copernicus.org/articles/12/3269/2020/
https://www.iea.org/articles/global-energy-review-co2-emissions-in-2020
https://www.iea.org/data-and-statistics/charts/change-in-co2-emissions-by-fuel-1990-2021
http://seff.kr/project/once-you-know/
https://www.nytimes.com/2020/07/08/fashion/boohoo-labor-influencer-crisis.html?partner=naver
<참고 서적>
기욤 피트롱, 프로메테우스의 금속
빌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제롬 글랜, 세계 미래 보고서 2021,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
주병기, 기후위기와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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