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로자임을 증명하는 것
에디터 / 망
노동의 의미
국립국어원에서는 노동의 의미에 대해 경제적인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그렇다. 누구나 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들인다. 생계유지라 함은, 구체적으로 국립국어원에서 정의내린 것처럼 물자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부터 살아가는 물자가 되고 이는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육체적 노력과 정신적 노력의 범위가 모호하다.
법령에서는 노동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을까? 흥미롭게도,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노동을 키워드로 하여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 별로 없다. 무언가 나오긴 하되 찾고자 하는 걸 찾을 수도 없다.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를 노동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시 국립국어원으로 돌아간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근로를 ‘열심히 일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과 노력. 단어의 뜻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추후에도 또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근로와 근로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
2.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에서 추가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항이 있다.
제 11조(적용 범위)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그렇다면, 1인 사업가는? 물론, 1인 사업가를 우리는 프리랜서라고 부르기도 하며, 국립국어원에 따를 시 프리랜서는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프리랜서는 소속이 없다고 하지만, 임금을 위한 근로를 위해서는 계약을 해야 한다. 계약을 채결해주는 곳이 바로 근로기준법 제 11조에서 말하는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일 것이다. 프리랜서들은 특정한 곳에 꾸준히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근로에 따라 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서가 곧 자신이 근로를 했음을 증명하는 물적 증거가 된다. 근로 계약서는 부당한 근로를 방지하고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근로자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필요성이 있다. 바로 자신의 근로를 증명하는 것이다.
노동자와 국가
-소속과 비소속(;소속 되어 있지 아니함)-
노동자는 개인을 지칭하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개인은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이다. 크게는 국가의 구성원이라서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며 국민으로서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보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국가의 보호는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보호에도, 근로자들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물자만큼의 돈이 필요하다. 국가는 이윤을 위한 사업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국가의 운영에 필요한 돈이 없다. 이 돈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우리는 모두 안다. 국민의 세금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려면, 국민에게도 돈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동시에 근로자이니, 근로를 하여 임금을 얻고 그것으로 세금을 낼 수 있다. 그럼 또 하나의 문제. 누가 얼마큼의 세금을 낼 것인가? 이를 도와주는 것으로는, 국세청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종합소득세가 먼저 떠오른다.
소속된 사업장이 있는 근로자들은 매년 1~2월이 연말정산의 집중 시기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는 5월에 연말정산을 하게 된다.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월급으로 받게 되는데, 그 급여액 자체도 월마다 다르고 부양가족의 변동이나 거주지 변동(월세에서 전세로의 이전, 혹은 그 반대, 월세액이 다른 거주지로의 이전 등등) 또한 매달 다르게 반영이 된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세금을 지불하는데, 이는 소득인정액의 3.3%다. 거주지의 변동이나 부양가족의 변동이 3.3이라는 절댓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생계에 변동이 있는 것을 세금 지급에 반영할 수 있는 시기가 5월 연말정산 시기인 셈이다. 벌어들인 수입이나 월세로 지출된 금액 등을 고려하여 3.3%의 비율로 세금을 내왔던 것이 그 사람에겐 과한 정도였다면, 지불했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프리랜서로서, 작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수많은 곳에서 외주나 업무를 맡아 근로를 해왔다면, 이를 어떻게 증명하고 각각의 수입에 따라 어떻게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수 있을 것인가? 소속된 사업장이 있는 곳에서는, 회계 및 세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연말 정산 시기마다 각 직원들에게 알림과 안내를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는 걸로는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전문 회계사를 찾아가는 등의 수고스러움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근로를 하여 개인으로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국가에 소속된 국민이라는 이유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국가에도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 이는 모두가 다 똑같이 처해있는 상황이라지만, 소속된 사업장이 있느냐, 혹은 프리랜서인가에 따라서 각자 들이는 노력에는 차이가 있다. 남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에 대해신경을 쓴다는 건, 소속과 비소속의 차이에서 오는 차등으로 보인다.
소속되어 있다는 것은, 과거로부터 시행착오를 겪어 현재는 어느 정도의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는 체계에 속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하지만 국가도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고 체계이기 때문에, 근로자로서 소속된 사업장이 있는 사람들만 그 체계를 누릴 수는 없다. 프리랜서들의 세금 신고와 그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민간에서는 책자를 발간하고는 있으나(<프리랜서의 세금 가이드>를 추천한다.) 정부가 나서서 프리랜서로서 첫 사회 발돋움을 하는 초년생들을 도와주는 노력은 미비하다. 당장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프리랜서인 유튜버들을 생각해보면 그들 또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이제 어딘가에 소속되기 시작했다.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가 바로 그것인데, 개인 사업가인 유튜버들이 개별적으로는 처리하기 힘든 업무들을 대행해주는 곳이다. 대표적인 업체들로는 여러 곳이 있으며, 좋아하는 유튜브 구독 채널이 있다면 해당 유튜버가 소속되어 있는 MCN 업체를 바이오에 명시해두었다. MCN 업체는 봉사 기관이 아니다.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복지를 돌보는 동시에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을 일부 나누어 가진다. 프리랜서의 FREE의 개념도 이제는 점점 소속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후속적인 질문은, 소속되어 있는 이상 자유FREE롭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 질문이 다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적 사고를 담고는 있지만 본질을 벗어난 탁상공론이다. 프리랜서가 명명되는 그대로 자유로운가, 자유롭지 않은가를 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들 또한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로서 소속된 근로자들만큼 자신의 근로를 증명하는 데에 있어 수고로움을 덜 느끼는가, 에 대한 것이다. 생계 유지를 위해, 그리고 자기 계발을 위해 근로의 형태를 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맞다. 그러나, 근로 형태를 선택한 뒤 후속적으로 따라오는 어려움이. 누군가는 겪어야만 하는 것이고 누군가는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이 차등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BONUS TRACK
프리랜서의 건강 보험료
-내가 근로를 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
프리랜서의 또 다른 고질병은 건강보험료 지불의 문제다. 4대 보험은 흔한 말이 되었지만, 이 또한 소속된 사업장이 있어야 근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보장받는 내역이 된다. 프리랜서, 혹은 개인 사업가는 (근로기준법에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5인 미만의 사업장 등) 지역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근로를 하고 임금을 받은 걸로만 보험료에 계산되지 않고 부동산 또한 보험료 정산에 포함된다. 5월에 연말 정산을 통하여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수입을 신고한다는 것, 앞서 언급했던가? 이때 국세청에 신고했던 것이 건강보험공단에 고지되며, 건강보험공단은 당시 신고한 소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3월 한달 간 일하여 임금을 받은 것을 국세청에 신고하면, 그로부터 3월, 4월, 5월, ... 11월까지, 약 8개월치의 임금을 더 받은 것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5월에 연말 정산 신고를 마치고서무사히 환급액을 받아 자유FREE롭게 근무를 해나가던 프리랜서들은, 12월 경에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되는가? 해촉증명서를 받아오면 된다. 내가 그 기관과 더 이상 계약으로 묶여 있지 않음을, 계약 기간 동안 근로를 한 후 이제는 계약이 끝났음을 증명하는 서류이다. 이것도 프리랜서 개인이 자신이 계약했던 곳들과 연락하여 해촉증명서를 받아내야 하는 것이 고충이다. 이미 계약이 끝난 곳에 불필요한 업무 연락을 하는 것, 계약 완료 후 소속된 사람들이 모두 와해된 조직이라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거나, 미납된 임금 문제로 서로 얼굴 붉히며 계약이 끝났던 곳이라든가,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면구스러움을 겪는 것은 정당한 임금을 위한 노력이 아닌 감정 소모의 문제다.
근로와 세금의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모두가 자신이 근로한 만큼 인정받아 세금을 내고 혜택에 걸맞은 금액을 내길 바란다.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적되, 다시 한 번 더 언급하면서 마무리 하건데 누군가는 겪지 않아도 될 증명의 수고로움의 차등을. 완벽하게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 이를 해결해줄 것인지,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법에서 허락하는 울타리 내에서 문제를 타계할 방법을 찾든지 등은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주고 있는 것은 없어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이 후자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한 명의 국민이라도 놓치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이윤을 위한 집단이 아닌 모두를 위한 집단으로서는 국가는 프리랜서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국가뿐만이 아니다. 프리랜서가 되기를 준비하는 사람들, 프리랜서인 사람들, 그리고 프리랜서가 아니라서 이런 문제점을 몰랐던 사람들 모두. 우리는 모두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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