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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_2024/22호_중독

22호_중독 / 편집장의 인사

by 밍기적_ 2024. 4. 29.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식중독, 중금속 중독, 운동 중독, 일 중독,약물 중독, 당 중독, SNS 중독, 등산 중독, 카페인 중독,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 도파민 중독, 연애 중독, 쇼핑 중독...

 

중독은 사전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신체 증상으로서의 중독(intoxication)은 독성을 가진 물질을 일정 정도 이상 섭취하면서 기능 장애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섯의 독을 먹고 환각을 보는 경우나, 일산화탄소 중독, 중금속 중독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특정한 물질 혹은 행위에 대한 의존증을 일컫는 중독(addiction)도 있다. 술이나 마약, 담배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되거나, SNS 접속이나 쇼핑 등 특정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밍기적의 이번 호에서 다루는 중독도 이러한 의존적 중독이다.

그런데 근래 중독이라는 단어는 더 다양한 용례로 사용되는 듯하다. 환승연애 중독, 클라이밍 중독, 밈 중독, 마라 중독 등의 단어는 ‘특정 대상에 대한 애착 혹은 집착을 가지고 이를 계속해서 찾는다’는 중독의 특성을 빌려와 만들어진 합성어다. 이런 합성어는 ‘중독’ 앞에 붙는 단어를 달리하여 무한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때 ‘중독’은 어떤 것에 대한 애정을 극대화하여 장난스럽게 나타내는 표현이 되기도 하고(환승연애 중독, 마라 중독),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한 부정적 가치판단을 내포한 표현이 되기도 하며(쇼츠 중독, 도파민 중독), 지나친 강박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생긴 경우를 지적하는 표현(운동 중독, 일중독)이 되기도 한다. 이런 표현에 대해 중독이라는 질병을 지나치게 가벼운 의미로 사용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현재 중독이라는 단어가 병리학적인 의미를 벗어나 애정, 집착, 몰입, 습관, 강박 등 폭넓은 개념을 대체하는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여 밍기적의 이번 호 <중독>은 흔히 4대 중독이라 불리는 알코올, 도박류, 마약,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에 관해 이야기한다. 첫 번째 글 <우리 뇌가 말하는 유혹>은 정신적, 의존적 중독을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글이다. 또바기는 본 글에서 중독과 몰입처럼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개념의 뇌과학적 차이를 탐구하고, 중독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예방할 방법을 살펴본다. <국가 관리 하의 마약 사용 허용?!>은 정신적 의존적 중독 중에서도 마약 중독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망은 도박, 알코올, 담배 등 여타 중독 대상물처럼 마약 역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부 차원의 건전한 관리 감독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다양한 나라의 사례와 함께 논의한다. 래곤의 <사회생활에 미친 김 대리, 반드시 성공할까?>는 직장 내 인간관계, 즉 흔히 말하는 ‘사회생활’에 대한 중독에 가까운 집착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두 가지 논문을 통해 찾는다. 그의 글을 통해 ‘미쳐야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정말 성립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푸른의 <프로지망생>은 ‘가능성이 있는 미완의 상태’에 빠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주인공의 일주일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포털 창에 ‘중독’을 검색하니 위가 같은 밈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 다양한 패러디까지 올라와 있어 필자도 웃지 않을 수 없었으나, 실제 중독은 이 밈에서 보이는 것보다, 그리고 이번 호 전반에서 논의된 것보다 때로는 무겁고,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이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고, 이에 아쉬움이 남아 아래 몇 가지 콘텐츠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돌아오는 봄, 모두가 더 따뜻하고 평온한 날을 보내길 바라며.

 


 

영화 레퀴엠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

 

영화 레퀴엠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

등장인물인 해리, 그의 연인인 마리온과 절친 타이론, 해리의 어머니 사라는 모두 중독자다. 해리와 타이론, 메리온은 돈을 벌기 위해 불법 마약 유통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헤로인에 중독되고, 사라는 암페타민 성분의 다이어트약을 복용하면서 환각과 환청을 경험한다. 영화는 약물 중독의 끝에 어떤 비참함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빠른 화면 전환과 우울하고 몽환적인 영상, 빠른 비트의 음악과 함께 보여준다.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 (만화가 이하진)

 

웹툰 도박중독자의 가족 (만화가 이하진)

시동생이 주식에 중독되면서 남편의 형제와 시어머니, 작가 본인은 공동의존(codependence)증상을 경험한다. 공동의존증은 중독문제를 지닌 사람의 주변인이 중독자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친밀감, 경계선, 주체성 등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중독자의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이를 대신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등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은 비교적 조명받지 못하는 ‘도박 중독’ 그중에서도 ‘주식 중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중독자 주변인의 삶과 중독 가정 내에서 만들어지는 불평등한 구조를 보여준다. 카카오웹툰에서 일부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책 도파민네이션 (작가 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작가 애나 렘키)

도파민은 보상과 동기 부여, 쾌감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작가는 이런 도파민 시스템이 현대 사회의 중독 문제 및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이러한 중독을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흔히 생각하는 4대 중독 외에도 로맨스 소설 중독이나 초콜릿, 쇼핑 중독 등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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