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카페인 중독에서부터 니코틴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중독성이 강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합법이라는 점입니다. 또다른 특이 사항이 있다면, 일부는 중독될 것을 염려해 나라에서 관리한다는 사실이지요. 일부라 함은, 카페인 중독은 나라에서 관리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통을 제한하지도 않지요. 니코틴 중독성을 100이라고 할 때 알코올은 81, 카페인은 68 정도라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니코틴과 알코올 중독성은 그들이 가진 고유한 유해성과 합쳐져 국가의 관리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WTO에서 만든 공중보건분야 최초의 국제협약 FCTC에 가입하여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담배가격을 인상, 금연구역 확대, 담뱃값에 경고그림 도입, 담배 제품 광고와 홍보 및 후원활동 규제, 금연지원서비스 제공 등이 그렇죠. 특히 담배 같은 경우에는, 나이 규제만 벗어난다면 본인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피우는 것을 자유의 원칙에 따라 막을 수 없지만 간접 흡연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개인의 의지 또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금연구역 외의 공간에서 흡연하는 상황은 법으로 통제하고 있어요. 알코올도 비슷합니다. 가격 인상, 이용가능성 규제 등을 통해 청소년에게 구입을 제한하고 있죠. 알코올은 간접 음주를 염려할 일은 크게 없습니다. 그러나 음주를 한 후 특정 행위를 하는 것은 제한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음주 운전이 그렇습니다.
도박도 중독성이 꽤 높은데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정해진 구역에서만 도박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사행산업은 복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복권 구입, 강원랜드에서의 카지노 도박, 청도공영사업공사에서 주관하는 소싸움, 한국마사회 관리 하의 경마 참여 등이 있습니다. 금액을 높히지는 않고 베팅액을 제한하거나 인당 판매 복권 매수를 절용하도록 함으로써 규제하고 있죠.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7개의 사행사업을 제외한 도박 참여는 모두 불법이에요.
중독마다도 나라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하고 있으며 어떤 선을 넘어서면 법을 철퇴를 내리는지 그 다양성을 탐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겠지만, 이번 지면을 통해서는 마약 또한, 여타 다른 중독 대상물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잘 통제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유통과 사용을 합법화할 수 있지 않을지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해요.
당장 작년 2023년 4월 경에도 학원가에서 공부 잘 하는 약이라며 학생들에게 마약성 먹거리를 권하고 학생이 이를 섭취하였을 때 부모에게 연락하여 ‘당신의 자녀가 마약을 투여하였으니 신고 당하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라’고 협박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 클럽에서 마약이 비일비재하게 떠돌아 다니고 있다는 사실 또는 소문도,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외국과 마찬가지로 이제 한국에서도 자리를 잠깐 비우고 돌아왔을 때 자신이 마시던 음료 잔을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하는, 위험성에 대한 경계 의식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마약을 시작해 버렸고, 중독성이 강해 단약하기 힘든 상황일 때, 국가에서 허용하는 합법적 마약이 있었다면 전국민적으로 이렇게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요?
네덜란드에서는 성인이라면 전문 판매장에서 최대 5g까지의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소량이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허용해주는 것이지, 실제로 100% 합법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해요. 법률상으로는 위법이지만 비범죄화를 위해 정부에서 등잔 밑이 어둡다는 식으로 국민들의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추후 네덜란드는 3군데 업체의 대마초 재배와 판매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해요. 그러면 네덜란드도 곧 공식적인 대마초 합법국가가 됩니다. 어차피 대마초에 대한 자국민 수요가 끊이지 않는 만큼 위험한 암시장에 방치해두지 않고 차라리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부 차원에서 건전하게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취지래요. 이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면서 세금을 확보하면 국가 재정에도 보탬이 될 거라는 계산입니다. 첫 1년간 대마초 판매가 한화로 약 2215억 원, 3년 뒤인 2027년에는 한화 약 3505억 원에 다다를 것이라고 하네요. 이런 계산이 가능한 것도, 현재 네덜란드 대마초 암시장은 연간 한화로 약 1조 8230억 원의 규모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네덜란드에서는 초기에 3개 지역에서 소규모 공급으로 시작하여 빨라도 4년 동안에는 상황을 지켜보며 점차 국가 관리 하의 마약 시장의 확장시킬 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마약류 사용자 54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마약류 사용자 중 청년층(20~30대) 비율이 53.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마약 사용자 평균연령은 38.9세로 나타나고 있대요. 마약 소비층 중에 젊은 사람이 제법 많은 것 같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약을 합법화 하지 않은 과거인걸까요? 네덜란드가 마약 합법화로 나아가는 현재고 우리나라가 과거라고 했을 때, 이미 합법화가 되어 꽤 지속되어온 미래가 있어요. 바로 캐나다인데요, 캐나다는 네덜란드에 앞서 지난 2018년 대마초 흡연을 합법화했어요. 이후 약 5년이 지났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캐나다 국민들의 대마초 흡연율은 급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마초 합법화가 캐나다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어요.
그렇지만 국가 규제 하의 마약 사용 합법화를 함부로 주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어떤 종류의 중독이든지 간에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면 됐을 것들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중독의 심각성을 알기 전 카페인과 니코틴, 알코올은 우리 삶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알코올이야말로 우리 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역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 하던 것도 실제로는 임진왜란 이후라고들 하니, 카페인이 가장 막내겠어요. 우스갯소리로 성인 삼대 필수 영양소라 불리는 이 세 가지야, 우리나라 정부가 출범하고 국가의 관리 하에 들어오기 전부터 국민의 삶에 스며들어 있었으니 정부 설립 이후엔 이미 하고 있는 걸 금지시키기도 어렵고, 이미 정부 역사 이전에 국민, 또는 그 전에는 백성으로 불리던 시민들이 시작해 버린 것에 대하여 국가 관리 하에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약은 이웃 나라 중국에서 아편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굳이 백성 또는 시민, 그 중간 어드매의 명칭으로 불리기 적합했을 이들의 삶에 스며들 이유가 없었겠지요. 오히려 멀리 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모를까요. 네덜란드에 비해 아직까지는 나라의 단속 하에 불법 마약 유통의 전쟁에서 백기를 든 상황도 아닌데 부득불 우리나라에 합법화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약은 합법화의 영역이 넓은 다른 중독들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에, 합법화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바라건데 앞으로도 합법화 자체가 허용되지 않길 바라겠죠.
또한, 마약은 그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적 목적으로 합법화된 마약이 있단 말이죠. 치료제의 일종으로 통증을 잊게 해주고 ADHD 치료제에도 마약류의 향정신성 의약품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ADHD 치료제의 일환인 마약을 ‘집중이 잘 되는 약’이라며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권하고 있기도 하죠. 적정 복용량을 준수하지 않고 마약을 투여할 경우 중독의 위험이 커지겠지만 치료제로 쓰는 만큼의 양을 투여할 수 있다면, 음주나 흡연을 했을 때 짧고 강렬한 도파민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보다 더 건강하게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마약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잖아요. 마약이 합법화된 나라에서조차도 또 어떤 마약류는 불법이지요. 마약이 합법화된 나라에서조차도 아직 꺼리고 있는 마약이라면 그 중독성과 부작용이 얼마나 끔찍하다는 걸까요? 마약이 합법이 된다면 그건 이미 국민의 삶에 너무 스며들어서 국가에서 이를 합법화하고 공식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이상 음지에서 국민들이 더 괴로워할 것이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어야 할 거에요.
독일 또한 2024년 4월부터 대마초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하기로 했대요. 네덜란드보다 소지 g수도 늘었습니다. 성인은 대마초를 최대 25g까지 소지할 수 있고, 집에서 3그루를 재배할 수 있대요!(!) 그렇지만 흡연과 마찬가지로 대마초 소비 금지 구역도 설정한다고는 합니다. 정부가 대마 합법화를 추진한 이유는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올려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해요. 보건장관은 실제로 “현재 대마초 정책은 청소년을 포함한 소비자가 늘면서 실패했다”는 슬픈 발언을 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독일수사관협회 대표는 “합법적으로 재배된 대마초와 불법 대마초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합법화가 도리어 암시장을 키울 거라는 우려를 표했어요.
심지어 대마초를 이미 합법화 하기로 했던 태국은 대마초 사용 금지로 방향을 틀 거라고 해요. 대마초를 의료, 건강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유흥을 위한 사용은 자제한다는 게 그 요지인데요, 대마초 합법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미미하고 영국 <로이터Reuters>에서 보도하기를 “대마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대마초가 불법 수입되는 데다가 이에 따른 도매가 하락 등 대마 재배업자의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라고도 하네요. 마약 사용자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도 고려한 결정이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참으로 씁쓸하고도, 그러나 합리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잠시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자료를 재차 인용하여, 우리나라의 마약 중독자들의 근무 실태를 살펴보면 최근 30일간 근무일수가 7일 이하로 떨어진 경우가 55.6%로 가장 높으며 월수입이 50만원 미만인 사람들이 52.2%에 달했다고 해요. 니코틴을 생각해 봅시다. 금연하는 건 무척 힘들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정말로 니코틴 중독 때문에 일을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위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마약은 일반 니코틴, 알코올 소비와 달리 일반 사람들의 경제적 역량마저 크게 저하시킨다는 거에요. 마약은 강한 도파민 중독을 야기합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일종의 호르몬이구요.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우리로 하여금 통증을 억제해주는 역할도 해요. 마약을 하면 이러한 도파민이 인위적으로 다량 생성돼요. 이때, 도파민이 뇌에서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마저 계속 자극해 전두엽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중독을 일으킵니다. 필로폰 같은 경우는 한번의 투약으로 평소 도파민 분비량의 수천배까지 증가시키는데 이때 나오는 양이 일반 정상인에게서 평생 나오는 도파민의 총량보다 많은 수치라고 해요. 마약을 투약하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의 수백, 수천배에 달하는 행복을 일시에 느끼게 되고 그 외 자극들은 모두 시시하게 느껴지면서 결국 중독으로 이어져요.
아무리 국가에서 허용하여 합법적으로 마약을 투여하게 된다 한들, 과한 도파민 분비로 일상생활의 소소한 행복의 가치마저 잊게되고 마약이 주는 행복에만 매몰되어 경제 활동마저 불능해진다면 마약 투여의 합법화가 달성할 수 있는 가치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요?
참고자료
- 『우리나라 알코올 규제 정책의 이행 현황과 향후 과제』, 박여진, 오유미,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제 38권 제 1호, 2021, pp.63-80.
- 『2021년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 이해국,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2.05.
- 『2023년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 곽영숙,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3.08.
- ‘니코틴 중독성 마약보다 강해’, 이주형, KBS 뉴스, 2007.01.26.,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1290698
- ‘대마초 합법 정책 새 국면 맞은 태국, 아시아 최초 대마 합법국될까?’, 염현주, BIOTIMES, 2024.2.8., https://www.bio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17
- ‘대한민국 담배규제 정책을 소개합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2020.8.25., https://www.youtube.com/watch?v=IPxhBeVi19U
- ‘독일, 4월부터 대마초 합법화…25g 소지, 3그루 재배’, 김계연, 연합뉴스, 2024.2.24., https://www.yna.co.kr/view/AKR20240224005300082
- ‘마약위험국의 경고…청소년,대학생 마약사범 폭증하는 대한민국’, 김쌍주, 폴리스 TV, 2024.02.02., https://www.police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022
- ‘“마약, 차라리 대놓고 해라”...대마초 합법화 추진 중인 ‘이 나라’’, 박민기, MK위클리연재, 2023.11.15., https://www.mk.co.kr/news/world/10875361
- ‘합법도박과 불법도박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마당, 2023.11.28., https://www.110.go.kr/data/faqView.do?num=62417&curPage=1&scType=&sc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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