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기자회견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치고, 뉴스에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의 자살 소식이 들려오던 4월 말. 네 명의 에터디가 줌 회의방에 모였다. 누군가의 목소리는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밈이 되어 인터넷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누군가의 목소리는 직장인 우울증의 원인 그 자체가 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23호의 주제가 정해졌다. Voice는 흔히 ‘목소리’ 혹은 ‘음성’으로 번역되지만 동시에 ‘발언권’, ‘표현 수단’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본 호에서는 이러한 voice의 다양한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 위해 ‘목소리’가 아닌 ‘Voice’를 주제로 선정했다.
연푸른의 <당신을 움직이게 만든 가사가 있나요?>는 ‘목소리’라는 의미에 집중해 기획된 인터뷰 기사이다. 그는 ‘나를 움직이는 가사’를 주제로 다섯명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1편에는 삶에 위로가 되어주는 가사가, 2편에는 또다른 창작의 영감이 되었던 가사가 담겨있다. 망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표현과 극복>은 ‘표현 수단’으로서의 Voice에 집중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 특히 지금의 10대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며 이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여러 특성을 만들어냈다. 망은 본 글을 통해 10대들의 소통방식을 분석하고 올바른 소통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한편 래곤과 또바기의 글은 Voice가 가진 ‘발언권’이라는 의미에 집중한다. 래곤의 글 <직장에서 제안 시, 당신도 모르게 고려하는 생존 변수 3가지는?>은 Voice를 조직 내에서 표현될 수 있는 건설적인 목소리로 정의한다. 조직 내의 문제를 지적하고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는 것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조직의 현상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행위로서 위험 부담을 가지기도한다. 래곤은 Voice를 표출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소를 분석한 논문을 통해 조직 내에서 건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한 방법을 탐구한다. 또바기의 <침묵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짚어내고 이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글이다. 비장애인 위주로 형성된 사회에서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쉽게 간과되거나 무시된다. 또바기는 장애친화적인 사회 제도의 부재에 대해 지적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사실, ‘Voice’라는 주제 아래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어떤 행위도 Voice이기 때문이다. 본 호에서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했으나, 그것에 여전히 담기지 못한 이야기 역시 수없이 많은 것 또한 이 주제가 가지는 포괄성 때문일 것이다. 이에, 아래 다른 컨텐츠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영화 <미라클 벨리에> 감독 에릭 라티고
영화는 베로니크 풀랭의 자전적 소설 ‘수화, 소리, 사랑해!’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폴라 벨리에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청각장애인인 나머지 가족을 위한 ‘통역사’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반하며 그가 있는 합창부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재능을 인정받아 파리 합창학교 오디션을 제안받는다. 하지만 그녀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는 폴라의 가족에게 폴라는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다. 영화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장애가 있는 가족을 둔 소녀의 성장기를 담담하게 담아낸다.
책 <천장이 높은 식당> 저자 이정연 / 한겨레출판
주인공 승연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업프로그램 ‘컴백맘’을 통해 단기직 영양사로 채용된다. 어느 날 승연은 전임자인 유라로부터 자신의 자리를 가로채니 좋으냐는 전화를 받는다. 사내 성추행 사건을 고발하고 쫓겨나게 된 유라는 승연이 자신의 자리를 가로챈 이상 자신을 도와야한다고 말한다. 그 즈음 회사는 인턴 추행 사건으로 시끄러워졌고, 얼마 뒤 인턴은 자살한다. 회사는 승연의 계약직 채용을 조건으로 사측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라고 승연을 종용한다. 소설은 불행에 맞서는 여성 노동자들의 공감과 연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내 비리와 불의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날카롭게 질문한다.
책 <인터넷 때문에> 저자 그레첸 매컬러 / 어크로스 출판
‘인터넷은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바꿨을까?’ 언어학자인 저자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언어학적 관습과 변화에 주목하며,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인터넷 언어의 맥락을 살펴본다. 책 소개에 나오는 몇 가지 문구를 소개하고 싶다. ‘느낌표와 이모티콘으로 하는 사회생활’, ‘:)는 언제 누가 처음 쓰기 시작했을까’, ‘마침표가 가하는 수동 공격’, ‘이모지만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영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국인이 읽기에도 충분히 흥미롭다. 디지털 세대의 의사소통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만화 <요나단의 목소리> 글그림 정해나 / 놀 출판
기독교계 사립 기숙학교에 입학한 의영과 그의 룸메이트 선우. 교내 성가대 솔리스트 선우는 목사의 아들이자 동성애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 선우 앞에 목사의 아들인데도 기독교를 거부한 다윗이 등장하고,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를 동경하던 선우는 어느새 다윗을 좋아하게 된다. 의영은 그런 선우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기도,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만화는 단행본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딜리헙’을 통해 볼 수 있다. 부분 유료.
https://k.dillyhub.com/project/iulq3rvepiaah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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