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Shaping New Style
편집장_연푸른
5월 초,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밍기적>의 5호를 더 잘 쓰기 위해서…는 아니었고, 내 삶에 인스타그램이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지우기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 위에서 새로운 게시물을 확인하며 한두 시간을 흘려보냈다. ‘친구들 스토리나 확인하며 잠 좀 깨자’는 생각으로 인스타에 들어가서는, 잠이 다 깨고, 새로운 게시물을 모두 확인하고, 적당히 흥미로운 스토리를 다 보고 나서도 나오지 않는 거다. 돋보기 탭에 들어가 이미 본 유머글과 관심 없는 연예인 소식,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의 릴스를 멍청하게 구경하고, 스토리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타고 처음 보는 쇼핑몰에 들어가 사지도 않을 옷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더 누워있으면 안 될 시간이 된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아, 오늘 그래도 눈은 일찍 떴는데…’라고 생각하며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난다.
나에겐 이게 일종의 모닝 루틴이었다. 물론 아침이 아니라고 상황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 과제 하나를 제출한 후에, 외출하고 돌아온 후에. 마치 확인을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어플을 클릭하고, 습관적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별로 여유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거나 친구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인스타그램 어플을 켜둔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플을 지웠다. 그마저도 완전히 지우고 싶지는 않아서 탭에는 어플을 남겨뒀는데, 그랬더니 역시나(!) 탭 사용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도 다행히(?) 아침에 인스타그램을 하는 시간은 확실히 줄었다. 탭은 크기가 커서인지 목적 없는 피드 눈팅에 양심도 더 많이 찔린다.
이렇게 SNS는 우리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피드 잠깐잠깐 확인하는 게 뭐 그리 큰 영향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피드만 잠깐 확인하고 다시 나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그 정도로 자기 통제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 잠깐 잠깐은 모여서 순식간에 다섯 시간 이상의 스크린 타임을 만들어낸다.
SNS를 하는 시간에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그램이 20~30대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로 자리를 잡으면서, 무엇을 보고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을지를 선택함에 있어서 ‘인스타그램 감성’이라는 게 중요해졌다. 사진 찍기 좋게 예쁘게 꾸며진 카페와 굿즈샵, 가게가 생겼고 맛있는 커피만큼 ‘예쁜’ 디저트가 중요해졌다. 어디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다. 되도록 사진 스팟이 있는 곳에 가서 ‘인생샷’을 남겨 인스타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 아닌 부담이 생겼고, 친구들 여럿이 모이면 한 번쯤은 사진‘만’ 찍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SNS가 인스타그램이라 이를 예시로 들어 말하고 있지만, 다른 SNS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노트북에 쏟았을 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깜짝 놀라 어서 커피를 닦아내지만 ‘진정한 트위터리안’은 그 장면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SNS에 올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일상도 SNS의 영향을 받게 된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회 관계망 서비스’이다. 친구들의 근황을 확인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메시지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여기까지는 관계망 형성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활동이지만, SNS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 비단 거기에만 제한된 것은 아니다.
점심으로 먹은 떡볶이 사진을 업로드하고, 한강의 풍경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새로 발매된 노래에 #챌린지 영상을 찍고, 곧 퇴근한다고 트윗을 올리고. 어떤 행동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겠지만, 또 어떤 행동은 그 행동을 하는 나조차도 왜 하는지 설명하기가 힘들다. 특히 내가 궁금한 질문은 이거다. 트위터에는 월요일을 알리는 강아지인지 뭔지 하는 계정이 있어서, 매주 월요일마다 월월이 가득 적힌 140자짜리 게시물이 올라온다. 나도 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지만, 그 계정이 왜 매주 월요일마다 월월거리는 것인지, 그리고 나는 그걸 또 왜 팔로우했는지는 쉽게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런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우리의 관계망 형성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굳이 SNS 플랫폼에 아무도 볼 수 없는 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아무도 볼 수 없는 게시물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그런 행위를 통해 영향을 받는 것은 비단 우리의 관계망뿐인가? SNS의 알고리즘이 내게 추천해준 콘텐츠를 소비하고, SNS가 보여주는 광고 속에서 내 일상을 구매하고, 그렇게 내 생각과 일상이 점점 SNS의 영향 속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은 어떤가? 이쯤 되면 SNS는 나의 관계망뿐만 아니라 내 일상 전체를 만들고 있다. SNS라는 단어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 삶의 새로운 방식을 형성해주는, 이를테면 shaping New Style 같은 단어로 말이다.
밍기적의 5호 <SNS> 는 우리는 왜 SNS를 사용하고, 이것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각각의 에디터가 찾아낸 답을 담아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가지고 있는 망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그가 어떤 이유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밝힌다.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서로 부담 주지 않는 관계. 그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망만의 SNS 사용 규칙 역시 주목할만하다. 자칭 ‘인스타 과몰입러’ 바투는 그의 글 <인스타그램 사용설명서>를 통해 인스타에서의 활동 하나하나, 그리고 그 활동이 사라진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나를 이야기한다. 고립, 단절, 연결, 안정감과 과몰입. SNS 속에서 만들고 쌓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바투의 경험은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법하다. 연푸른의 <부계중독>은 여러 종류의 SNS 계정을 운영하고, 더 많은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어 하는 에디터 본인의 욕구 속에 어떤 이유가 숨겨져 있는지를 성찰한 글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SNS를 사용해본 그의 경험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온기의 글 은 서로 다른 SNS 사용 방식을 보이는 여섯 명의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각 인터뷰이는 SNS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은 물론 SNS라는 표현의 도구가 자신의 생각과 심리, 사회를 보는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언제 한 번 밍기적의 티스토리 방문 기록을 살펴본 적이 있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독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티스토리에 방문한다. 올해 1월에는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조회 수가 유의미하게 올랐었는데, 방문 기록을 살펴보니 밍기적의 티스토리에서 다시 내 블로그 링크를 클릭해 들어온 사람이 많았다. 하나의 SNS가 또 다른 SNS로 연결되고, 또 다른 SNS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SNS 중독과 그 부작용에 대해 여러 말이 많지만, SNS가 사람 간의 관계망을 이중삼중으로,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줄 수 있고, 나의 존재를 표현하는 중요한 창구가 된다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SNS 사용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무엇이 더 좋은 사용 방법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밍기적의 5호 <SNS>가 연결과 비 연결, 과몰입과 고립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기를 바란다.
Anti-social Social club M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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