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의 필수 옵션, 침대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
에디터 망
자취할 집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절대적인 기준은 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월세보다 전세를 원하고 같은 가격이라면 큰 평수를 원하며 직장이나 대학까지의 거리도 가까우면 좋겠다. 집 주변에 식당이나 술집이 많으면 벌레가 꼬이거나 늦은 저녁까지 소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고, 역세권을 넘어 스섹권(*인근에 스타벅스가 있음)이나 맥세권(*인근에 맥도날드가 있음), 편세권(*인근에 편의점이..) 등을 선호한다. 누구나 다 싼값에 넓은 방을, 그리고 집 주변의 환경도 편리한 것들로 구축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런 기본적인 것들 말고 특히 나이기 때문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람마다 각자 다른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에디터에게는 있다. 침대가 제발 옵션이 아니면 좋겠다. (!!) 좁은 평수에서 자취를 시작하다보니 침대는 주거 공간을 차구하는 것 중 가장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직방이나 다방에 나와있는 집의 구조를 보면 침대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안전한 주거 환경을 원해 오피스텔이나 공공임대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침대가 기본 옵션인 곳이 많다. 기숙사에서 침대 생활을 처음 시작하다가 두 번째 자취의 형태인 하숙집에서도 침대 생활, 그리고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시작한 집도 침대가 기본 옵션이다. 지긋지긋 침대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의 집에 가도 침대가 기본 옵션일 때가 있고,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침대 없이 이불을 깔아 생활하는 친구를 둘 발견한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 구한 집을 넘어 다음 집을 구할 때까지 에디터는 침대 생활을 해야겠지..
침대의 시작은 이집트라고들 하고, 이집트의 대부분의 문화들이 그리스 로마로 전파되면서 귀족들이 편한 생활을 위해 침대에 누워 소위, 21세기 식으로 말하자면 눕방(*누워서 방송을 함. 즉, 공적인 공간에서도 아주 편하게 지냄)처럼 지냈다고들 한다. 침대 생활을 시작한 것은 과시를 넘어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바닥의 오물과 먼지, 벌레들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면 그 효능을 톡톡히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문화권의 침대의 모습은 캐노피 커튼이 달린 화려한 레이스 장식의 커다란 킹 사이즈 침대 같은 것 또한 이미지화 되어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실용성보다는 정말로 과시용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아시아 문화권의 침대 생활은 어떠했는가? 섬나라라서 지면이 축축한 일본과 같은 경우는 바닥에 다다미를 깔아 습기를 방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반도에서 조상들이 최초로 거주를 시작했을 시기보단 이후에 발명되었다고들 하지만 온돌이 침대를 대체했다. 온돌 덕분에 따듯하게 밤을 보낼 수 있어 추위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숙면을 취한 필요도 없었고 습기 방지는 더욱 확실했을 것이다. 온돌 이전에는 침대 생활을 했다고 하나, 다시 서양권의 침대 문화가 소개될 때까지만 해도 온돌 생활이 대부분이었다.
이후로는 전세계인들이 침대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혹은, 잘 때마다 이부자리를 펴고 기상하여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은 침대 없이 생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침대가 자취방이나 오피스텔의 필수 옵션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을 보면, 침대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독립하는 자취인들 중 대부분이 침대 생활을 유지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평수의 집이 될수록 침대는 오히려 실평수와 공간 활용을 방해하는 애물단지다.
침대의 경우 크기에 따라 1평을 차지하게 되는데, 4.5평 정도로 아주 싼값에 자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주거 공간에 늘어나는 생필품들과 개인 용품들이 공간을 차지하게 되고 결국에는 침대가 거치적거리게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복층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그만큼 2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동시에 천장이 높이 있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우릴 숨통 트이게 한다. 복층의 단점은 단열의 비효율성이기 때문에 복층을 피해 단층을 선택한다 하여도, 만일 누웠을 때 천장이 보다 높은 곳에서 보인다면 같은 공간이더라도 더 넓은 것으로 인식하여 우리의 뇌를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좁은 평수의 집일수록 인테리어를 다 꾸며놓고 나면 복병으로 걸리는 게 바로 빨랫감이다. 빨래 행거는 늘상 펼쳐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빨래를 다 마쳤을 때에만 잠시 접어두어 인테리어에서 필수 요소가 아니라 하더라도, 펼쳐두고 있는 동안에 적어도 이동 공간 정도는 확보되어야 않겠는가. 늘상 밥상을 펴서, 혹은 식탁을 옮겨서 식사를 하던 곳에 빨래 행거가 있다면 식사를 위해 행거를 옮겼다가,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로 가려는 찰나 그 통로에 행거가 있으면 다시 들어다가 옮기고, .. 어쩌구저쩌구. 번거로운 일의 반복이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잘때만 사용하고 말 인테리어인 침대 자리에 행거가 서 있었다면 좋을텐데! 바로 그거다.
옷이나, 다른 가전제품, 생활용품, 개인 물건들을 보관하는 것은 그 자리에 24시간을 차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침대야말로, 24시간 중에서 많아봐야 9시간만 필요한 가구다. 접고 펼칠 수 있어, 필요하지 않을 때에 다른 곳으로 치워버릴 수 있다면! .. 이를 위해 요즘은 벙커형 침대도 나오고 있고, 혹은 침대 아래에 수납 공간이 널럴한 침대가 나오고도 있다. 수납 공간이 널럴한 침대의 경우 겨울철 혹은 여름철 옷들을 창고에 넣어두듯 보관할 수 있어 이후 옷을 정리해두는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점. 이사할 때, 침대 이동 비용도 든다는 점! 그렇게 치면, 침대 말고도 이사하는 데 짐이 되는 다른 모든 가구들을 들일 수가 없게 되긴 하지만, 옷장과 같이 침대만한 부피의 가구를 들이는 게 아닌 이상 다른 가구들은 상대적으로 침대보다 공간 차지 및 이사에 대한 부담이 적다.
하지만 에디터와 달리 침대 옵션이 없는 집에서의 생활에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당장 자취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다른 가구들을 들이는 것도 돈인데, 침대와 같이 기본 가격대가 비싸고, 또한 숙면을 취해야 하는 가구이니 너무 싸게 구입할 수도 없는 것은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터는 과감하게 말해보리라. 이번 기회에 침대가 없는 생활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그렇다면 그 공간을, 낮에는 빨래를 말려두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밤에는 이부자리를 펼쳐 자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누구나 다 넓은 집에서 자취의 출발을 하기 원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독립하고 싶어하는 자취인들, 혹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밖에 없는 자취인들의 경우 기회비용처럼 침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때, 그것을 포기하는 것 또한 선택지로 고려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당장에 에디터는, 새로 이사에 들어갈 집에 옵션으로 있는 침대 녀석과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만 하니, 이는 에디터만의 고민일 수도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주거에 대한 기준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집을 구하는 고민, 이사를 준비하는 고민, 인테리어를 꾸미는 고민, 그 주거 공간에서 요리하며 식사하고, 청소하는 등 살아나가는 고민, ... 수많은 고민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고, 에디터의 제안이 또 여러분의 생각에 자그마한 변화를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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