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10 22호_프로지망생 / 연푸른 1.D-64:00 AM겨울이 막 지나가는 어느 날의 새벽. 이따금 새벽 공기를 깨우는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자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였던 낡은 술집마저 이제는 영업을 끝낸 옅은 남색의 도시. 술집이 즐비한 길가에서 두블럭 떨어진 한적한 골목에 불 켜진 방 하나가 있다. 형광등의 핏기 없는 불빛 아래, 여자는 여전히 깨어 있다. 토독토독- 최근 구매한 듯 매끈한 모습의 보랏빛 적축 키보드 소음만이 방 안을 채웠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정적. 신경질적인 마우스 스크롤 소리. 여자는 턱을 괴고 건조한 눈을 깜빡이며 컴퓨터 화면을 바라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 흰 바탕에 검은 글씨, 흰 바탕에 검은 글씨. 여자는 어딘지 맘에 들지 않는 듯 마우스를 몇 번 딸각거리.. 2024. 5. 3. 18호_시련과 발돋움 사이, 시험_pdf ver. 2023. 12. 2. 18호_아딜의 지구 / 연푸른 아딜의 지구 에디터 / 연푸른 이 이야기는 우주 아주 먼 곳, 어느 학교 공작 시간에 일어난 일이에요. 같은 반 학생인 아딜과 포륜은 지구를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내 지구에는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 너무 많아!” 아딜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쁜 인간들을 골라서 없애버리는 건 어때?” 포륜이 말했어요. 포륜은 반에서 늘 칭찬받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답니다. “괜찮아, 어차피 인간들은 다시 늘어날 거야. 원래 다 그런 거거든!” 모범생다운 아주 합리적인 조언이었어요. 그 말을 들은 아딜은 고민에 빠졌어요. “하지만, 어떻게 나쁜 인간들만 쏙쏙 골라낼 수 있지? 얼굴만으로는 알 수가 없는걸!” 아딜과 포륜은 몇 시간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포륜이 눈을 크게 뜨며 박수.. 2023. 11. 30. 15호_진짜, 가짜, 거짓말_pdf ver. 2022. 5. 27. 12호_일상을 이야기로, 기념_웹진 ver. 2022. 1. 2. 12호_특별할 것 없는 날 / 연푸른 특별할 것 없는 날 에디터 / 연푸른 일어나자마자 생각했어. 오늘은 너를 보러 가야겠다고. 특별히 날이 좋거나, 특별히 날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니야. 어느 때와 다름없는 그냥 평범한 아침이었어. 창문을 통과한 찬 기운이 왼쪽 팔을 간질이고,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길거리의 정적을 쓰레기차만이 깨고 있었지. 아, 쓰레기차 소리가 기억나는 걸 보니 아침이라 부르긴 너무 이른 시간이었나 봐. 그 쓰레기차는 늘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우리 집 앞을 지나거든. 새벽 5시,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에 눈을 떴기 때문이었을까? 내 학창 시절을 조금 더 따뜻한 시간으로 만들어줬던, 너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말이야. 그날도 이런 평범한 겨울이었어. 나는 체육복 바지를, 너는 무릎이 살짝 덮이는 길.. 2021. 12. 3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