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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47

12호_일상을 이야기로, 기념 / 편집장의 인사 일상을 이야기로, 기념 편집장 / 연푸른 12월은 동화 같은 달이다. 길거리에는 줄지어 손 잡은 꼬마 전구의 불빛이 반짝거리고, 옷 가게에서는 찰랑이는 슬레이벨 소리로 채워진 캐롤이 흘러나온다. 텅 빈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사람들은 나뭇잎을 떨어뜨려 앙상해진 가로수 나무에 알록달록한 털실 옷을 입힌다. 눈이 내리면 누군가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뛰쳐나온다. 눈사람과 눈 오리가 여기저기 만들어지고, 이들의 주인은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창조물을 귀여워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다시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 몸을 녹인다. 크리스마스라는 세계적 기념일 때문인지, 혹은 검은 하늘에 흰 눈이라는 환상적인 풍경이 연상되기 때문인지. 12월은 어쩐지 마음 한 켠이 간질거리는, 동화 같은 달이다. 밍기적에게.. 2021. 12. 27.
11호_혼자 여행하는 사람입니다만 / 온기 혼자 여행하는 사람입니다만? 에디터 / 온기 “One person?” “..그럼 혼자 오신 거에요?” “혼자 오신 것 같은 데 저희 사진 좀 찍어주시겠어요?”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지에서 어딜 가나 이런 질문을 한번 씩은 꼭 받았다. 여기서 여행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에서 패널으로 활약했던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참.. 개인을 무시해요..” 미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그 말이 계속해서 귓전을 울렸다. 머리에도 가슴에도 울림을 주었다. 나는 혼자 무언가를 몰두할 수 있는 시간도 간절히 필요하다. 그런데 왜 이 귀한 온전한 나의 시간에 나는 당신들이 속으로 무시해도 좋을 외톨이가 아님을 증명해야하는 걸까? 지난 호.. 2021. 12. 7.
10호_시험은 배움에 도움이 되는가? / 바투 시험은 배움에 도움이 되는가? 에디터 / 바투 임용경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꽤나 즐거우면서도 힘이 들었다.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였지만, 개론서를 읽으며 여러 이론을 알아가는 것은 꽤나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내가 공부에 나름의 소질과 취미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 되다 보니 시험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 혹은 표면적인 내용들을 암기하는 것 위주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면,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더 편하고 깊게 배움에 몰두할 수 있었을까? 혹은 애초에 시험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된 공부이므로 시험이 없었다면 공부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임용경쟁시험 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2021. 10. 27.
9호_주거의 필수 옵션, 침대 / 망 주거의 필수 옵션, 침대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 에디터 망 자취할 집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절대적인 기준은 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월세보다 전세를 원하고 같은 가격이라면 큰 평수를 원하며 직장이나 대학까지의 거리도 가까우면 좋겠다. 집 주변에 식당이나 술집이 많으면 벌레가 꼬이거나 늦은 저녁까지 소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하고, 역세권을 넘어 스섹권(*인근에 스타벅스가 있음)이나 맥세권(*인근에 맥도날드가 있음), 편세권(*인근에 편의점이..) 등을 선호한다. 누구나 다 싼값에 넓은 방을, 그리고 집 주변의 환경도 편리한 것들로 구축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런 기본적인 것들 말고 특히 나이기 때문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사람마다 각자 다른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 에디터에게는 .. 2021. 9. 30.
8호_소속, 나를 바꾸고 내가 바꾸는 공간_웹진 ver. 2021. 9. 5.
8호_숙명에서 갈망으로 / 바투 숙명에서 갈망으로 에디터 / 바투 방학을 맞아 대구로 내려간다는 생각만으로 며칠 간 들떠있었다. 방학 뿐만이 아니었다. 주말에 짬을 내서 하루만에 다녀오더라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고 편했다. 내려갈 짐을 싸는 것도, 그걸 또 끙끙 이끌고 지하철로 기차 역으로 가는 것도 고되지만 힘든지도 모를만큼 즐겁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내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내 사람들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 익숙하고 정든 곳, 내가 혼자가 아닌 곳으로 가니까. 그럴 때 문득 느껴진다. 나는 여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구나. 일이든 뭐든 여튼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잠시 머물러있는 것일 뿐이구나. 벌써 용인에 자리를 잡은 지가 3년째가 되어가지만 아직 뭔가 모를 거부감과 어색함, 불편함이 내가 용인 시민임을 인정하지 못하게 .. 2021.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