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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_특별할 것 없는 날 / 연푸른 특별할 것 없는 날 에디터 / 연푸른 일어나자마자 생각했어. 오늘은 너를 보러 가야겠다고. 특별히 날이 좋거나, 특별히 날이 좋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니야. 어느 때와 다름없는 그냥 평범한 아침이었어. 창문을 통과한 찬 기운이 왼쪽 팔을 간질이고,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길거리의 정적을 쓰레기차만이 깨고 있었지. 아, 쓰레기차 소리가 기억나는 걸 보니 아침이라 부르긴 너무 이른 시간이었나 봐. 그 쓰레기차는 늘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우리 집 앞을 지나거든. 새벽 5시,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에 눈을 떴기 때문이었을까? 내 학창 시절을 조금 더 따뜻한 시간으로 만들어줬던, 너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말이야. 그날도 이런 평범한 겨울이었어. 나는 체육복 바지를, 너는 무릎이 살짝 덮이는 길.. 2021. 12. 31.
12호_기념하지 않는 삶 / 온기 기념하지 않는 삶 에디터 온기 Intro 개인적으로 12월은 좋아하는 달이 아니다. 한 해의 마지막, 한 해를 함께 달려온 사람들을 격려하고 함께 모여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긴다. 올해는 특수한 제약이 생겨 모임이 확연히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연말인데, 그래도 12월인데”를 외치며 함께 모여 기념하는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당연히 기념해야 할 우리의 한해 끝 자락이니까. 만남을 가지지 못 하더라도, 소소하게나마 선물을 주고받는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다. 최소한 한 해동안 수고했다는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거나, 다음 해를 기약하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어쨋든 12월은 여러 기념할 것들이 넘쳐나는 달이다. 12월은 밍기적에게도 특별한 달이다. 바로 작년 이맘 때즈음 밍.. 2021. 12. 29.
12호_기념하기 위해서라도 / 바투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에디터 / 바투 그날도 추웠다. 밍기적의 역사적인 탄생일이라 거창하게 기념하고 싶은 2020년 12월의 어느 날. 크게 보면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단위로 묶이지만 서로 간의 거리가 꽤 되었던 우리는 각자의 퇴근 후 대중교통을 부지런히 환승해가며 익선동의 한 술집에 모였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우리는 밍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끈끈하게 묶일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만나 크리스마스 머리띠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2020년의 마지막을 추억했다. 그러던 중 연푸른의 잡지 발간 소식을 듣고 제법 재미있겠다는 호기심이 들었고, 그렇게 밍기적은 호기롭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딱 1년 뒤인 2021년 12월에 다시 모였다. 거창하지 않고 투박한, 소소한 얘기도 편히 오갈 수 있는 그런 .. 2021. 12. 28.
11호_여행의 조건_웹진 ver. 2021. 12. 8.
11호_여행은 일상의 파괴이다 / 망 여행은 일상의 파괴이다 에디터 / 망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나 여행이라는 것은 분명 일상과의 괴리를 의미한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도피처로 휴양지를 선택하거나, 일상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알기 위해 모험을 떠나거나,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거나, 일상에서 커다란 이벤트가 하나 끝나고 마음을 잠시 다독이며 정리하기 위해 떠나거나. 평범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단지 일시적일 뿐이다. 이상이라 할지라도 그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일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단 꿈처럼 짧은 것이라 우리는 여행으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평온함이나 즐거움이 질리기 전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일상은 다시 지루함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여행으로 인해 정돈된 마음이 다시 .. 2021. 12. 3.
11호_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바투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에디터 / 바투 4가지 기준으로 짜여진 16가지 조합에 의존하여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오늘날의 흐름 속에서 각자 본인의 MBTI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검사를 할 때마다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오는 극단적 E이다.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약속을 못 잡았거나 며칠째 연속되는 약속으로 피로한 때로 한정된다. 평일은 내내 출근하느라 바람 쐬러 가지도 못하고 마음 놓고 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질 수도 없었으니, 주말은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여행과 약속으로 꽉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MBTI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물론 아니겠지만, E 성향이 짙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주말에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힐링이라는 나의 말에 공감할 것이라 믿.. 2021.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