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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_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 온기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에디터 온기 소속감이 뭐길래 최근에 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중 1차 세계 대전을 다룬 에피소드를 굉장히 몰입해서 봤는데, 전쟁의 참상이 너무나도 잔혹해서 차라리 허구로 과장되었다고 믿고 싶을 정도였다. 이후 관련된 책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여러 전쟁 영화 (특히 사실을 잘 고증했다고 평가받는 작품들)을 더러 접했다. 1917, 핵소고지, 미드웨이 등 밀리터리 영화를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직접 찾아서 보았다. 전쟁 당시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용맹하게 나아가는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물러서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그 해답은 ‘소속감'이라는 감정이자 욕구에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놈의 소속감이 뭐길래? 이 무섭도록 강력한 소속감.. 2021. 9. 1.
6호_선량한 이기주의자 / 온기 에디터 / 온기 호주에서 받은 시그널 2019년 12월 6일 여느때와 다름없던 출근 길, Capitol square 역 앞을 지나가던 내 앞에 뜻 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붉게 변해버린 시드니였다. 뿌옇게 흐려진 잿빛 하늘에 시야가 흐릿해져 한치 앞도 보기 힘들었던 그때의 시각은 겨우 오후 1시였다. 사람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건 꼭 지구 멸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조 증상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호주는 19년이 처음이었고 나는 산불이라는 말에 바로 크게 놀랐다. 하지만 옆에 있던 매니저는 처음 산불이라는 말을 듣자 “그래, 여름이 오긴 왔네”라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렇다. 호주의 여름 11,12,1월은 건조해진 날.. 2021. 7. 3.
5호_SNS, Shaping New Style_월간지 ver. 2021. 5. 31.
4호_기억한다는 것은 / 바투 기억한다는 것은 에디터 / 바투 4월만 되면 괜히 울적해진다. 갖가지 종류의 꽃이 피고 새 잎이 돋는 봄날을, 길거리를 걸으며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화창한 봄날을 누군가는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달리 슬픈 일이 많이 일어난 4월, 이 4월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우연히 수업 시간에도 기본권, 인권, 국가 권력을 다루던 중이라, ‘타이밍' 핑계를 대며 조심스레 제주 4.3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를 정규 수업시간에 꺼냈다. 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시간 이외에도 민주시민의식 및 공동체의식을 기르기 위한 계기교육을 하도록 되어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아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수업 진도를 나가고 평가를 진행하기에도.. 2021. 5. 1.
4호_수능 날의 기억 / 망 수능 날의 기억 에디터 / 망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한민국 고교생이라면 수능을 필연적으로 겪게되니, 공감대 형성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수능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그때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아이러니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것으로나마 다른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끼리 대학에서 만나 대화를 할 화제들이 있다거나, 입시 경험을 바탕으로 말문이 트일 수 있다든가, 하는 그런 것들. 이 지면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므로 순전히 내 생각만을 읊어보자면 나는 수능 반대론자다. 아무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한들 그러한 효과 때문에 수능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여기진 않는다. 다만 아직까지도 수능이라는 제도 아래에서 우리의.. 2021. 4. 30.
4호_기억의 그물 / 온기 기억의 그물 에디터 / 온기 4호의 주제로 기억이라는 주제가 선정되면서 가장 먼저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초안 작성일이 한참이 지나고서도 완성된 글을 내보이지 못했다. 내 글이 너무 깊은 사색에 빠지지는 않을까,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기억이란 온전히 내 것.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음악을 통해, 영화를 통해 느낀 것들까지도 결국은 내 안에서 피어난 것들이다. 그렇다. 기억이라는 주제가 선정됨과 동시에, 원래 감상에 자주 빠지는 내가 쓰는 글에 멜랑꼴리하고 센치한 것들이 체현되어 담기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나의 것을 담기로 했다. 어쩌면 하고 싶었을 이야기들을 짜임새 없이 그냥 담아내보았다. 개.. 2021.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