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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_배설욕 / 망 배설욕 에디터 망 똑, 똑. 물 떨어지는 샤워기 소리를 들으며 재희는 생각했다. 방금까지 쏟아지는 샤워기 소리를 위장삼아 울어보려고 했지만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아 결국 꺼버린 그것에선 자꾸만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재희는 방금 있었던 대화를 생각했다. “엄마는 나 낳고 나서 후회한 적 없어?” 어쩌다 이 질문이 나왔는지 구구절절 떠올리기엔 걷어내야 할 것이 많다. “그런 적 없지.” 고민 없이 나온 대답이 재희에게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근데 엄마는 나 너무 일찍 낳았잖아.” “어휴, 그래, 그치만 그게 말이지. 남자애라고 알려줬는데 나중에 여자애라고 정정해주더라. 여자애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지.” 믿었던 만큼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다. 세상에 나는 생명들 중 그 어느 것도 의도한 .. 2022. 5. 25.
15호_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 바투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에디터 / 바투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짓말이 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가 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친구들과 멀리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 신나게 놀고 있을 때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괜한 걱정을 하게 만들기 싫어 그냥 집 근처에서 놀고 있다고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을 때가 있다. 이는 닥터 스트레인지2 등 여러 매체에서 언급되는 멀티버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어난 일만 진실이 아니라, 이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에 따라 각자가 바라보는 진실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멀리 여행을 떠난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나의 거짓말로 인해 엄마는 내가 집 근처에서 놀고 있다고 믿게 되고 그것이 엄마에게는 진실이자.. 2022. 5. 24.
15호_진짜, 가짜, 거짓말 / 편집장의 인사 바투의 왼쪽 발바닥에는 점이 하나 있다. 바투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염색을 한 적이 없다. 바투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프로그램 공개방송을 방청한 적이 있다. 망은 의무교육 시절 외국에서 거주한 적이 있다. 망은 취직 후 매해 생일마다 꽃다발을 받는다. 망은 처음 산 노트북을 5년 이상 사용하였다. 연푸른은 어릴 적 바닷가에서 해파리에 쏘인 적이 있다. 연푸른은 약한 마늘 알레르기가 있지만 K-국민으로서 어떻게든 참고 먹는다. 연푸른은 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온기는 몸에 타투 세 개가 있다. 온기는 스카이 다이빙을 하다가 안전 장비에 결함이 생겨 조금 아찔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온기는 미 서부 여행을 함께 간 친구와 크게 다퉈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싱글 라이더로 즐기며 “오히려 좋아~!”를.. 2022. 5. 23.
14호_사람 옆에 사람이, 인간관계_pdf ver. 2022. 4. 7.
14호_경계를 넘는다면 / 온기 경계를 넘는다면 / 에디터 온기 길에서 만난 사람들 우리는 관계에 둘러싸여있다. 오밀조밀 얽혀있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동생, 친구, 동료 등 속해있는 집단의 성격에 따라 우리는 부여받은 이름을 붙인다. 그렇게 명명한 이름에 따라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정의하고,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까지 정의하기도 한다. 그냥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관계가 시작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그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사이인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어떠한 호칭 대신 우리는 서로의 이름으로만 부른다. 때로는 유대가 꽤 깊어질 때까지 서로의 나이와 직업에 대해 전혀 모르기도 한다. 서로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는 사이. 뿌리 깊은 유대나,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 2022. 4. 5.
14호_관계의 시작 / 망 관계의 시작 에디터 / 망 관계의 시작이라니! 참으로 새삼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적어도 의무 교육을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맺어온 인간관계를 따져보면 의무 교육의 울타리에 있었던 시기만큼 인간관계가 복잡한 때가 없다. 또한 강제적이었다. 세대에 따라 70명, 혹은 40명, 혹은 20명의 인간 군상이 한 공간에 모인다. 그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일년을 함께 버텨줄 친구를 찾고 무리를 이룬다. 다른 무리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한정된 공간에서 말썽은 생기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자꾸만 귀에 들어온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화해하는 법을 배우며 우리는 사회에 나가 부딪힐 더 큰 문제들에 대비한다. 학기초 친한 친구 만들기가 학창시절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만큼 대부분.. 2022. 4. 3.